
행정
근로자 A는 반도체 제조 공장에서 유기용제에 노출되며 근무하던 중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A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A의 근무 환경과 유기용제 노출 정도가 질병 발병을 유발할 만큼 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자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03년 2월부터 2005년 2월까지 B 반도체 C사업장에서 근무하며 감광액 등 유기용제에 노출되었고 잦은 교대근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2008년 6월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은 후 2011년 7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2012년 4월 12일 업무와의 인과관계 부족을 이유로 이를 불승인했습니다. 원고는 이 불승인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었고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도체 공장 근무 중 유기용제 노출 및 과로 스트레스로 발병한 다발성 경화증이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즉,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발병 또는 악화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유기용제 노출과 질병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연구결과가 일관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의 근무기간이 약 2년이고 유기용제 노출 가능성이 있는 포토공정 근무기간은 약 1년이었으며 PR병 교체 작업으로 인한 유기용제 노출 빈도와 정도가 다발성 경화증을 일으킬 만큼 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른 유사 근로자의 발병 사례가 없다는 점과 원고가 다발성 경화증의 호발 연령에 속한다는 점 과로와 스트레스가 질병과 관련성이 낮다는 의학적 소견 등을 종합하여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는 '업무상의 재해'를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했습니다. 상당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근로자의 건강 상태 기존 질병 유무 업무의 성질 근무 환경 동종 질병 이환 여부 등의 간접 사실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추단될 수 있을 정도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특히 이 판결에서는 다발성 경화증과 같이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희귀 질병의 경우 특정 환경적 요인이 이차적 발병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만으로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즉 해당 근로자에게 일반적인 환경적 손상 증세가 발견되지 않고 질병이 이례적으로 급속히 악화된 것이 아닌 경우 단순히 유해 물질 노출 업무와 희귀 질병 발병 내지 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하기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희귀 질병의 경우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질병의 원인과 업무 환경 간의 명확한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중요합니다. 유해 물질 노출을 주장할 경우 노출된 화학 물질의 종류 농도 노출 기간 빈도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사업장 또는 유사 업무 환경에서 동종 질병을 앓는 다른 근로자가 있는지 여부도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질병 발병 시점과 퇴사 시점 그리고 업무 수행 기간 등 시간적인 요인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퇴사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발병한 경우 업무 관련성 입증이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로 및 스트레스를 주장할 경우 통상적인 근무 수준을 넘어 생리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 정도의 만성적인 과로 상태였음을 입증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업무상 재해 여부는 의학적 소견 역학조사 결과 작업 환경 측정 결과 등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므로 관련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