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행정
2022년 8월 8일 서울 서초구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던 중, 망 E와 망 F 남매는 차량 시동이 꺼져 도로에 정차 후 대피했다가 폭우가 소강상태에 들자 귀가하기 위해 도로를 건너던 중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서울 서초구를 상대로 맨홀의 설치·관리상 하자로 인한 국가배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맨홀이 폭우 시 빗물 역류에 의해 뚜껑이 쉽게 열리지 않도록 관리되지 않아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기록적인 폭우 상황이라 할지라도 피고인 서초구에 영조물 관리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망인들에게도 침수된 도로 통행에 대한 일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서초구의 책임을 80%로 제한하여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2022년 8월 8일, 서울 서초구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망 E와 망 F 남매가 운전하던 차량이 도로 위에서 시동이 꺼졌습니다. 이들은 차량을 버려두고 대피했다가 폭우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자 귀가하기 위해 침수된 도로를 건너던 중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사망했습니다. 이에 유가족들은 맨홀을 관리하는 서울 서초구가 맨홀의 설치 및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서초구는 기록적인 폭우는 천재지변에 해당하며, 맨홀이 규격에 맞게 설치되었고 잠금장치도 있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또한 유가족들은 망 F의 일실수입을 통계소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서초구는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서울 서초구가 관리하는 도로 맨홀의 설치·관리상 하자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맨홀 뚜껑 이탈을 천재지변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사고 발생에 대한 피해자들의 과실 비율 산정 및 망인의 일실수입 산정 기준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서울특별시 서초구에 망인들 유가족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원고 A에게 270,067,248원, 원고 B에게 184,044,832원, 원고 C에게 713,675,196원, 원고 D에게 479,783,464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2년 8월 8일부터 2023년 12월 14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 A, B과 피고 사이에 발생한 부분 중 1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고, 원고 C, D과 피고 사이에 발생한 부분 중 4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맨홀이 폭우 시 빗물 역류로 인해 뚜껑이 열릴 가능성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비하여 쉽게 열리지 않는 정도로 설치·관리되지 않은 점을 영조물의 설치·관리상 하자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기록적인 폭우가 있었다 하더라도 맨홀의 하자가 사고의 공동원인이므로 피고인 서초구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망인들이 폭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침수된 도로의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지 않고 통행한 과실을 인정하여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하여 판결했습니다. 망 F의 일실수입 산정은 객관적인 실제 소득 자료를 우선하여 판단했으며, 불확실한 상여금은 산정 기준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도로, 하천 등 공공의 목적에 제공된 시설물(영조물)이 설치되거나 관리되는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이 책임은 시설물 관리자에게 과실이 없더라도 하자가 인정되면 책임을 지는 '무과실책임'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맨홀이 폭우 시 빗물 역류에 의해 뚜껑이 쉽게 열리지 않도록 관리되지 않은 것이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로 보았으며, 기록적인 폭우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 하자가 사고의 공동원인이므로 서초구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영조물의 하자가 손해 발생의 단독 원인이 아니더라도 자연적 사실(폭우)이나 피해자의 행위와 함께 손해가 발생했을 때 영조물의 하자가 공동 원인 중 하나가 되면 영조물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액 산정 시 피해자의 일실수입은 사고 당시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통계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습니다. 책임의 제한, 즉 과실상계는 피해자에게도 사고 발생이나 손해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면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피해자의 과실 비율만큼 감액하는 것을 말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망인들이 폭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침수된 도로를 주의 깊게 통행하지 않은 점이 인정되어 피고의 책임이 80%로 제한되었습니다.
집중호우나 폭우 시에는 도로의 맨홀 뚜껑이 수압으로 인해 이탈할 수 있으므로, 침수된 도로는 가급적 통행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부득이하게 침수된 도로를 통행해야 할 경우 맨홀이나 배수구 등 지면 아래 시설물이 보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하고 주변의 위험 요소를 항상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공시설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시설물의 관리 주체를 확인하고 해당 시설물에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영조물 책임은 무과실 책임이므로 관리자가 주의를 기울였다고 해도 하자가 사고의 공동원인이 되면 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고 발생 시 사진이나 영상 등 현장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고 사고 경위와 관련된 기록들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