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산업별 노동조합인 원고 A노동조합은, 자신의 하부조직이었던 피고 B노동조합이 A노동조합에서 탈퇴하기로 한 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B노동조합을 상대로 탈퇴 결의 무효 확인 및 미납 조합비 1억 8,850만 원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A노동조합은 B노동조합이 단순한 내부 조직에 불과하여 독립적인 조직형태 변경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B노동조합이 비록 A노동조합의 지부로 활동했지만, 실질적으로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갖춘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B노동조합의 A노동조합 탈퇴 결의는 적법하고 유효한 조직형태 변경에 해당하므로, 원고 A노동조합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B노동조합은 2016년 7월 기존 연합단체를 탈퇴한 후, 2016년 8월 대의원 투표를 통해 원고 A노동조합에 가입하기로 결정하고 A노동조합의 지부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B노동조합은 2016년 8월경부터 2020년 6월경까지 매월 조합원 1,000명 기준 1인당 6,500원의 조합비를 계산하여 총 650만 원을 A노동조합에 납부하며 A노동조합의 중앙위원회, 대의원회 등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7월 17일, B노동조합은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총 대의원 59명 중 57명 출석, 찬성 46명으로 '원고 A노동조합을 탈퇴한다'는 상급단체 변경 안건을 가결하고 2020년 7월 21일 A노동조합에 탈퇴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A노동조합은 2020년 7월 27일 B노동조합이 A노동조합의 단순한 내부 조직이므로 탈퇴 결의가 무효라는 공문을 보냈고, B노동조합이 탈퇴 결의 이후 미납한 29개월간의 조합비 총 1억 8,850만 원 및 지연손해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B노동조합의 원고 A노동조합 탈퇴 결의가 노동조합법상 '조직형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B노동조합이 원고 A노동조합의 단순한 하부조직을 넘어 독자적인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갖추어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탈퇴 결의 당시 정해진 결의 요건이 적법하게 충족되었는지 여부와 이 결의가 유효한 경우 원고 A노동조합의 미납 조합비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원고 A노동조합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노동조합이 원고 A노동조합의 하부조직으로 활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갖춘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독립적인 단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B노동조합이 원고 A노동조합에서 탈퇴하고 독립적인 노동조합으로 전환한 결의는 노동조합법상 유효한 '조직형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 A노동조합이 제기한 탈퇴 결의 무효 확인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되었으며, 탈퇴 결의가 유효하므로 원고 A노동조합의 미납 조합비 1억 8,85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 A노동조합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이라 하더라도, 외형적인 소속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기업 소속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고,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갖추어 독립적인 단체로 활동해왔다면, 자체적인 총회 또는 대의원대회 결의를 통해 상급단체에서 탈퇴하여 독립적인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이는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와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법원의 해석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8호 및 제2항(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사항), 노동조합법 제17조 제1항(대의원회)이 주로 적용되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8호는 노동조합이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이 의결이 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규정합니다. 이는 노동조합이 해산 및 청산 절차 없이 조직 형태를 변경하여 종전의 법률관계를 유지, 승계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 B노동조합이 원고 A노동조합의 하부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자체 규약, 집행기관, 그리고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 등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갖추었으므로, 노동조합법 제16조에서 정한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확립된 법리, 즉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이더라도 실질적으로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독립성이 인정되면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였습니다. 노동조합법 제17조 제1항은 노동조합이 규약으로 총회에 갈음할 대의원회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서도 B노동조합의 규약에 따라 대의원대회 결의가 총회 결의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인정되어 결의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변경하려는 경우, 안건의 명칭이 법률 용어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결의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안건의 실질적인 목적과 법적 효과를 명확히 이해했다면 그 결의는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상급단체에 소속된 하부조직이라 할지라도,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운영하고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행사하는 등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갖추고 있다면, 노동조합법에 따른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조직형태 변경 결의는 재적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총회에 갈음하는 대의원회에서 결의할 경우에도 이에 준하는 규약상의 절차와 정족수를 준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과 실질적 독립성이 인정되면, 상급단체에 대한 조합비 납부 의무는 조직형태 변경 결의 시점부터 소멸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