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환자 A는 척추관협착증 등으로 피고 병원에서 1차 신경외과 수술을 받았고, 이로 인해 생긴 상처 치료를 위해 피고 D 의사에게 성형외과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A는 하지마비, 배변 및 배뇨 장애 등 마미총 증후군에 해당하는 중증의 증상을 보였습니다. 원고(A의 파산관재인)는 피고 D이 수술상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수술상 주의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환자의 특수한 상황(1차 수술로 인한 경막 보호 조직 제거, 기왕증 등)을 고려할 때 경막 손상 합병증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에게 위자료 3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환자 A는 2017년 6월 23일 J대학교 K병원 신경외과에 내원하여 척추관협착증 등으로 진단받고,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 호전이 없어 2017년 8월 17일과 21일에 걸쳐 요추간 추간판절제술 및 유합술 등 1차 신경외과 수술을 받았습니다. 1차 수술 과정에서 출혈이 많아 지혈 및 혈종 제거 수술도 이루어졌습니다. 수술 후 A는 발목을 들지 못하고 하지 근력 약화, 배뇨 및 배변 장애를 호소했으며, 이는 마미총 증후군에 해당합니다. 1차 수술로 생긴 상처가 회복되지 않자 A는 2017년 10월 23일 피고 병원에 재입원했고, 2017년 10월 25일 피고 D 의사에게 괴사된 상처 부위 치료를 위한 변연절제술 및 근피 전진피판술(이 사건 성형외과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다음날 A는 두통, 오심, 하지 약화, 감각 변화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CT 검사에서 척추 근처 근육의 부종이 관찰되었습니다. A의 증상은 이후에도 크게 호전되지 않아 양하지 마비 및 대소변 조절 장애가 지속되었고, 이는 마미총 증후군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이에 A의 파산관재인인 원고 B는 피고 D과 병원 운영 주체인 피고 J학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D 의사가 성형외과 수술 과정에서 환자 A의 특수한 신체 상태(기존 척추 수술로 인한 경막 주변 조직 유착 및 손상 가능성)를 고려하여 수술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피고 D 의사가 성형외과 수술 전 환자 A에게 경막 손상 등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위와 같은 과실 또는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 A에게 발생한 마미총 증후군이라는 중대한 결과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하여 원고에게 3천만 원 및 이에 대해 2017년 10월 25일부터 2023년 5월 2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개호비, 향후치료비 등)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90%, 피고들이 10%를 부담합니다.
법원은 피고 D 의사가 이 사건 성형외과 수술 과정에서 수술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수술 자체는 의학적 기준에 따라 적절히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환자 A가 기존 척추 수술로 경막 보호 조직이 제거되고 주변 조직과 경막이 유착될 가능성이 높았던 특수한 상황, 그리고 A의 기왕증(고혈압, 당뇨 등)으로 상처 회복이 지연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 D은 성형외과 수술 전 경막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아 A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D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3천만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J학원은 D의 사용자로서 공동 책임을 진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이 A의 마미총 증후군이라는 중대한 장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거나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위자료 외의 나머지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맞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 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본 판례에서는 피고 D 의사가 A의 특수한 상황(1차 수술로 인한 경막 보호 조직 제거)을 고려하여 인접 신경 손상 없이 근육하층을 박리하는 적절한 수술 기법을 사용했다고 보아, 수술상 주의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피부나 근육 조직을 견인하고 괴사 조직을 박리하는 과정은 필수적인 술기이며, 100% 예방 불가능한 경막 손상을 의사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설명의무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또는 진료계약상 의무): 의사는 환자에게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할 경우,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에 대해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수술을 받을지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후유증이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해당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위험인 경우에는 설명 대상이 됩니다. 특히 본 사안에서는 환자 A가 이미 1차 신경외과 수술로 경막 보호 조직이 제거되고 조직 유착이 예상되는 특수한 상태였고, 고혈압, 당뇨 등 기왕증으로 상처 회복이 지연될 수 있었으므로, 피고 D 의사는 성형외과 수술 전 경막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고 인정되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합니다.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6조): 어떤 사람을 사용하여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직원)가 그 사무 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 피고 학교법인 J학원은 피고 D 의사의 사용자로서 D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위자료)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사용자책임)을 부담합니다. 손해배상의 범위 (민법 제750조, 제751조, 제763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그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를 포함하며, 재산상 손해 외에 정신적 손해(위자료)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가 주로 인정되며, 그 결과 발생한 모든 신체적 손해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설명의무 위반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로 중대해야 합니다. 본 판례에서는 설명의무 위반이 A의 마미총 증후군이라는 중대한 장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거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여, 재산상 손해(개호비, 치료비 등)는 기각하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만 인정했습니다.
의료 기록의 중요성: 수술 전후 진료기록, 검사 결과, 의료진과의 상담 기록 등을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의료 사고 발생 시 과실 여부나 설명의무 위반을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환자의 건강 상태 고지: 고혈압, 당뇨, 류마티스 관절염 등 본인의 모든 기왕력(기존 병력)과 복용 중인 약물을 의료진에게 정확하고 상세하게 알려야 합니다. 이는 의료진이 수술 계획을 세우고 발생 가능한 합병증을 예측하며 설명의무를 이행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입니다. 수술 동의서 내용 확인: 수술 동의서에 기재된 내용, 특히 발생 가능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주의 깊게 확인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반드시 의료진에게 추가 설명을 요청하여 충분히 이해한 후 서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전형적인' 합병증이 아니더라도, 환자 개개인의 특수한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진의 설명 요구: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으로 수술의 필요성, 방법, 예상되는 결과, 그리고 특히 환자 본인의 특수한 상태와 관련된 모든 위험과 합병증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요구해야 합니다. 자기결정권의 행사: 환자는 어떤 의료 행위를 받을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인 자기결정권을 가집니다.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을 바탕으로 수술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수술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특정 의료 행위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이해하고 동의하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