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피고 회사와 '위촉계약'을 맺고 채권추심 업무를 수행해온 원고가, 실제로는 피고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였으므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제 근로 관계의 실질을 중요하게 판단하여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고, 피고에게 퇴직금 약 1억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는 2005년 7월 4일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 약 16년간 피고 회사의 인천지점에서 채권추심원으로서 채권 관리 및 추심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원고는 퇴사 후 자신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아 퇴직금을 청구했으나, 피고 회사는 위촉계약 형태였으므로 근로자가 아니며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퇴직금을 지급받기 위해 피고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 회사와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 업무를 수행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만약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퇴직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며, 이 경우 계속근로기간의 인정 범위와 퇴직금 산정을 위한 평균임금 계산 방식 또한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는 원고에게 110,385,291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1년 9월 15일부터 2023년 7월 18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20%, 피고가 80%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와 맺은 계약의 명칭이 '위촉계약'일지라도, 실제 업무 수행 방식과 피고의 지휘·감독 정도, 근무의 계속성, 보수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지급 의무가 핵심이었습니다. 법원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의 형식(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 제공 관계의 '실질'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구체적인 판단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여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가 채권추심 업무의 구체적 내용 전산 입력, 관리 기준 설정, 교육, 특정 시간 외 독촉 금지, 출장 보고 작성, 매출 독려 및 실적 관리, 팀장 제도 운영 등을 통해 원고를 상당 부분 지휘·감독했음이 인정되었습니다. 2. 근무 시간 및 장소의 구속 여부: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 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는 지정된 사무실 자리와 사무 집기 등을 제공받았습니다. 3. 독립적 사업 영위 가능성: 근로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원자재, 작업 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경우 겸업이 계약상 허용되더라도 실제로는 사실상 어려웠고, 피고의 승낙 없이 제3자에게 업무 대행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4. 위험 부담 및 이윤 창출 주체: 근로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5. 보수의 성격: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임금)인지, 아니면 사업 실적에 따른 대가인지 여부입니다. 원고는 추심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았으나, 월별 정기적으로 지급되었고, 산정 기준이 등급별로 정해지는 등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생계유지적 성격도 인정되었습니다. 6. 계속성 및 전속성: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 및 그 정도입니다. 원고는 약 16년간 피고의 채권추심원으로 계속 근무하여 업무의 계속성이 인정되었습니다. 7. 사회보장제도 적용 여부 및 원천징수: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입니다. 원고는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사회보장제도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가 경제적 우월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여지가 커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원고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었습니다. 퇴직금 산정에서는 5개월 가량의 질병 휴직 기간이라 하더라도 사직 의사 없이 업무의 계속성이 유지되었다면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되었고,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에 따르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34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8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