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살인 · 노동
서울 강남의 한 병원 소화기내과 임상조교수와 전공의가 뇌경색 및 장폐색 의심 증상이 있는 82세 환자에게 대장 내시경 검사를 위해 장 정결제 '쿨프렙'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부작용 및 위험성에 대한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가 장천공으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고 임상조교수에게 금고 1년, 전공의에게 금고 10개월에 각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뇌경색 등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던 82세 피해자 E는 복부 X-ray 및 CT 촬영 결과 '회맹판을 침범한 상행 대장 종양', '마비성 장폐색' 등이 의심되어 소화기내과로 전과되었습니다. 주치의 피고인 A와 전공의 피고인 B은 피해자의 고령과 기저질환을 고려하여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가족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다음 날 피고인 B은 피해자에게 복부 팽만이나 압통이 없고 배변이 된다는 이유로 대장 내시경 검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피고인 A의 승인하에 쿨프렙 투여를 처방했습니다. 피고인 B은 '쿨프렙 2L를 30분 간격 4회 투여 후 다음 날 5시경 같은 요령으로 2L 추가 투여' 및 '쿨프렙 복용 시 환자를 반드시 앉혀서 사레 걸리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을 처방했습니다. 그러나 쿨프렙은 장폐색 환자에게는 원칙적으로 투여가 금지되며, 고령자나 쇠약자에게는 신중히 투여해야 합니다. 투여 시에도 소량씩 나누어 투여하며 환자의 상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또한 의료진은 중요한 의료행위 전 환자나 보호자에게 내용, 필요성, 부작용, 위험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피고인 B은 장폐색 의심 소견과 쿨프렙 투여의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대장 내시경 검사가 아니라 간단한 생체조직 검사를 실시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직의사들도 피해자 상태를 모른 채 동의서를 받았고, 가족들이 항의하자 피고인 B은 다시금 잘못된 설명을 반복했습니다. 피고인들이 병원에 없는 시간인 일요일 저녁, 간호사 등은 피해자에게 쿨프렙 2L를 통상적인 방법으로 연속 투여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장폐색으로 인해 쿨프렙 투여로 인한 가스와 장내 분변이 배출되지 못하고 장내 압력이 증가하여 장천공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다음 날 21시 37분경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장폐색 의심 환자에게 장 정결제 '쿨프렙' 투여 시 의사에게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의료행위의 내용과 필요성, 부작용 및 위험성 등에 대한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 그리고 위 주의의무 및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 존재 여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피고인 B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다.
법원은 영상검사 결과 장폐색 의심 소견이 있고 적어도 부분 장폐색 상태일 가능성이 높은 피해자에게 쿨프렙 투여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위험성을 경시하고 부적절한 방법으로 쿨프렙 투여를 지시한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쿨프렙 투여의 필요성, 위험성,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이 피해자의 장천공 및 사망으로 이어진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특히 피고인들이 진료기록을 변경하고 반성하지 않은 점, 유족과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되었으나, 대장암 진단 및 치료의 필요성, 피고인 B이 전공의 신분이었던 점 등도 참작되었습니다.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의료 전문가로서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이 법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행위 시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장폐색이 의심되는 고령 환자에게 쿨프렙을 투여하기 전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쿨프렙의 금기사항을 무시하며, 부적절한 투여 방법을 지시했습니다. 또한 투여 중 환자 상태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아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비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행위들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의사는 환자에게 중대한 침습적 의료행위를 시행하기 전에 그 내용, 필요성, 위험성, 부작용, 대체 방법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나 보호자가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피고인들은 장천공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쿨프렙 투여에 앞서 피해자와 가족에게 장폐색 상태 및 쿨프렙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심지어 허위로 '간단한 생체조직 검사'라고 둘러대어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습니다. 이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인과관계: 법원은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이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쿨프렙 투여를 거부하거나 보다 신중한 방법으로 투여를 선택하여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여, 피고인들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피고인 A(임상조교수)와 피고인 B(전공의)가 주치의로서 피해자의 진료를 함께 담당하며 공동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범했으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 (집행유예):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피고인들의 경우 업무상 과실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대장암 진단 필요성, 전공의 신분, 초범인 점 등이 고려되어 금고형의 집행을 유예받았습니다.
장폐색이 의심되는 고령 환자에게 대장 내시경 검사를 위한 장 정결제(쿨프렙 등) 투여 시에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해당 약품의 금기사항과 주의사항을 반드시 확인하고 준수해야 합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영상 진단 결과 및 기저질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폐색의 정도를 면밀히 판단하고, 약품 투여 결정 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해야 합니다. 장폐색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쿨프렙 투여가 불가피할 경우, 통상적인 투여 방법과 달리 소량씩 나누어 투여하고 환자의 상태 변화(배변 유무, 배변량, 복부 팽만 정도 등)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부작용 발생 시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주치의는 환자 상태를 잘 아는 의료진에게 환자의 특이사항과 쿨프렙 투여 시 주의사항 및 이상 반응 발생 시 대처 요령을 명확히 고지하고, 투여 과정 중 환자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행위 전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는 진료의 내용, 필요성,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및 위험성, 다른 치료 대안 등을 상세히 설명하여 환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장천공과 같은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한 설명이 필수적입니다. 환자 및 보호자는 의료진의 설명을 들을 때 환자의 상태와 특정 의료행위의 위험성에 대해 명확히 질문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다시 설명을 요청하여 충분히 인지한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의료진의 설명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진료기록은 의료의 중요한 증거이므로, 의료진은 정확하게 작성하고 변경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