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주식회사 A는 B 주식회사와 챗봇 연동 업무 협업 중 발생한 용역비 약 5억 9천 9백만 원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두 회사 사이에 챗봇 개발에 대한 용역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주식회사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인 주식회사 A는 2017년 7월 27일 피고인 B 주식회사와 피고의 프로그램에 원고의 챗봇을 연동하는 업무에 대한 비밀유지계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2017년 10월경부터 서로 자료를 주고받으며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4월 17일 피고가 갑작스럽게 협업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들이 챗봇 개발에 대한 용역계약을 피고와 체결하고 약 5억 9천 9백만 원의 용역비를 들여 챗봇의 기본 골격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며 용역비와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챗봇 개발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없으며 원고가 수행한 결과물을 받은 적도 없으므로 용역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원고인 주식회사 A와 피고인 B 주식회사 사이에 챗봇 개발에 대한 용역계약이 실제로 성립되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입니다. 원고는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주장하며 용역비를 청구했고 피고는 계약이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인 주식회사 A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에 드는 모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에 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용역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용역의 범위, 기간, 금액 등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었습니다. 특히 원고가 제시한 용역비용 제안은 협업 중단 통보 직전에 이루어졌으며 그 이전에는 관련 논의가 없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 업무는 원고의 기술과 역량을 검증하는 시험적 성격이 강하며 챗봇 시스템의 구체적인 성능이나 서버 관리 및 서비스 제공 방법에 대한 합의도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법원은 용역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법리에 따르면 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들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합치는 계약의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최소한 장래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정도의 의사 합치나 합의가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2017다242867 판결 등). 이 판결은 용역 계약과 같은 계약 관계에서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한 합의 없이 단순히 협업이나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해서 바로 정식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히 용역의 범위, 기간, 금액, 결과물의 성능 등 핵심적인 사항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는 경우 계약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유사한 협업이나 용역을 진행할 경우 계약서 작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용역의 범위, 수행 기간, 용역비와 그 산정 방식, 개발 결과물의 성능 기준, 서비스 제공 방식 등 계약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정식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합니다. 또한 구두 합의는 추후 법적 분쟁 시 계약 성립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요한 사항은 반드시 서면으로 합의해야 합니다. 특히 기술 검증을 위한 시험적 성격의 협업이라면 해당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 처리나 책임 범위 등에 대해서도 미리 명확하게 정해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정식 계약이 아닌 단계에서 작업을 진행했다면 해당 작업의 성격과 그에 따른 보상 여부를 사전에 협의하여 문서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