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법률구조공단(원고)은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된 노동조합(피고)의 설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노동조합에 가입된 일부 변호사들이 출장소장이나 지소장으로서 직원을 관리·감독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이들이 포함된 노조는 적법한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변호사들이 가지는 권한이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권한이 아니며, 실무자로서의 성격도 겸하고 있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 노동조합의 설립이 유효하다고 판결했습니다.
A공단에는 기존에 소속직원들로 구성된 C 노동조합이 있었으며, 2018년 3월 5일에는 소속변호사들로 구성된 B 노동조합이 설립신고를 마쳤습니다. B 노동조합은 2019년 7월 18일 A공단에 변호사 추가 채용 요구, 사건 수 제한, 시간외근무 연차저축 제도 적용 등 53개 안건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청했고, 2019년 8월 26일부터 단체교섭을 진행했습니다. 교섭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으나 2019년 12월 16일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B 노동조합은 2019년 12월 1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 후 2020년 2월 3일부터 3월 19일까지 1차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A공단이 협의 없이 직제규칙을 개정하고 전보인사를 강행하자, B 노동조합은 2020년 5월 8일 무기한 지역별 릴레이 파업을 통보하고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A공단은 B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중 출장소장 및 지소장 변호사들이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노동조합법상 노조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며 2018년 12월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아님' 통보를 구하는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8월 23일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시정요구와 노동조합 아님 통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행정 종결 처리를 받았습니다. 이후 A공단은 피고 노동조합 설립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A공단의 출장소장 및 지소장 보직을 부여받은 소속 변호사들이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 (가)목에서 정한 '사용자 또는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이들이 조합원으로 포함된 B 노동조합의 설립이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A공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피고(B 노동조합)의 설립이 유효하며, 출장소장 및 지소장 보직 변호사들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피고 B 노동조합의 설립은 유효하며, A공단 소속 변호사 중 출장소장 및 지소장의 보직을 맡은 변호사들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또는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조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것입니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 (가)목은 '사용자 또는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의 주된 취지는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여 근로자들의 단결권 행사를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법원은 여기서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 결정 또는 업무상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로 보았습니다. 또한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는 근로자에 대한 인사, 급여, 징계, 감사, 노무관리 등 근로관계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근로관계에 대한 계획과 방침에 관한 기밀사항 업무를 취급할 권한이 있는 등, 직무상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위치에 있는 자를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판단 기준은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8두13873 판결 등 다수의 판례를 통해 확립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A공단 소속 출장소장 및 지소장 변호사들이 가지는 ▲근태관리 권한, ▲근무평정 권한, ▲채용시험 실시 권한, ▲업무분장 조정 권한 등이 핵심적인 근로조건 결정권한이 아니며, 그 권한 또한 상급자나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보조적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해당 변호사들이 실무자로서의 성격도 겸하며, 소속직원 노동조합과 소속변호사 노동조합은 그 조합원 자격과 활동 취지가 명확히 구별되므로, 출장소장 및 지소장 변호사들의 관리·감독 권한이 피고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사용자 또는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노동조합에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가 포함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단순히 직급이나 직책만으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해당 직위의 근로자가 실제로 사업주로부터 부여받은 업무 내용과 권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근로자의 인사, 급여, 징계, 노무관리 등 핵심적인 근로조건의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업주의 근로관계 계획 및 방침에 관한 기밀 업무를 취급할 권한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직무상 의무와 조합원으로서의 의무가 실질적으로 충돌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근태 관리, 근무평정 참여(최종 결정권은 상급자나 위원회에 있는 경우), 채용 절차 일부 관여, 업무 분장 조정 등 보조적·조언적인 권한만을 가진다면 '사용자 이익 대표자'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근로자가 실무자로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면 그 성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설립 무효 확인 소송과 같은 '확인의 소'를 제기할 때는, 원고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불안 위험이 현존하고, 해당 소송을 통해 그 불안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