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사망사고와 불법 하도급 명의대여 판결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지게차 운전원이 미끄러운 경사로에서 지게차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는 작업계획서 미작성, 신호수 미배치 등 안전 조치 미비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원인이었습니다. 또한, 해당 공사는 등록 건설업자인 하도급 법인이 무등록 건설업자에게 명의를 빌려준 '명의대여' 상태에서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안전 관리의 총체적 부실과 명의대여 행위가 사고를 유발했다고 보고, 관련 사업주와 안전 관리 책임자, 명의대여 법인 및 대표이사에게 징역형(집행유예)과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특히 하급심에서 무죄로 판단되었던 명의대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지게차 작업에 대한 사전조사 의무는 관련 법령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해당 부분은 무죄로 보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해자 J: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지게차 운전 및 현장소장 업무를 담당하던 중 사고로 사망한 A의 근로자.
• 피고인 A: 무등록 건설업자로, E 주식회사로부터 명의를 빌려 이 사건 공사를 실제 시공한 사업주이자 피해자의 고용주.
• 피고인 B: 아파트 신축공사의 원도급사인 F 주식회사(구 G 주식회사)의 현장소장 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안전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음.
• 피고인 C: 하도급사인 E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A에게 회사 명의를 대여하여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책임이 있음.
• 피고인 E 주식회사: 피고인 C이 대표이사로 있는 하도급 법인으로, 무등록 건설업자 A에게 회사 명의를 대여하여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책임이 있음.
• 피고인 F 주식회사(구 G 주식회사): 아파트 신축공사의 원도급사로, 현장소장 B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양벌규정상 책임이 있음.

분쟁 상황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 계약을 맺은 E 주식회사가 실제로는 무등록 건설업자인 A에게 그 명의를 빌려주어 공사를 시공하게 했습니다. A의 근로자인 피해자 J는 현장소장 겸 지게차 운전 업무를 수행하던 중, 2019년 6월 21일 경 K동 앞 경사로에서 레미탈 자재를 지게차에 싣고 후진하다가 지게차가 불상의 이유로 멈추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운전석에서 내렸습니다. 그 순간 지게차가 경사로를 따라 미끄러져 내려왔고, 피해자는 이를 막으려다 지게차 바퀴에 몸이 깔려 사망했습니다. 이 경사로는 노면 상태가 불량하고 미끄러워 지게차 작업 시 위험성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원도급사인 F 주식회사(구 G 주식회사)의 현장소장 B은 미끄럼 방지 등 필요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실제 공사를 시공한 A는 실질적인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는 등 안전 의무를 소홀히 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 A, B에게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피고인 C(E 주식회사 대표)와 E 주식회사에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명의대여) 혐의를 적용하여 기소했습니다.

핵심 쟁점

1. 건설 현장에서 작업계획서 미작성, 신호수 미배치, 위험한 경사로에 대한 안전 조치 미이행 등이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해자 사망과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2. 등록 건설업자(E 주식회사)가 무등록 건설업자(A)에게 명의를 대여하여 건설 공사를 시공하게 한 행위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명의대여)에 해당하는지 여부. 3. 지게차를 사용하는 작업에 대해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장의 지형, 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 의무'가 적용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새로이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 피고인 A: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 피고인 B, 피고인 C: 각 징역 8개월, 각 집행유예 2년.
• 피고인 E 주식회사: 벌금 1천만 원.
• 피고인 F 주식회사: 벌금 7백만 원.
• 피고인 E 주식회사, F 주식회사에 대해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지게차 사망 사고가 사업주와 안전 관리 책임자의 중대한 안전 조치 의무 위반(경사로 미끄럼 방지, 실질적 작업계획서 작성, 신호수 배치 등)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하여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하급심에서 무죄였던 등록 건설업자(E 주식회사)의 무등록 건설업자(A)에 대한 명의대여 행위를 구체적인 약정 내용, 정액 부금 지급, 실질적인 공사 관여 여부 등을 근거로 명백한 위법 행위로 보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지게차는 법령상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에 해당하며, '차량계 건설기계'와는 그 성격이 다르므로 작업 현장에 대한 사전조사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 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은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 책임과 불법 명의대여 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건설산업기본법 제21조(건설업 명의대여 등의 금지) 및 제95조의2(벌칙)​: 이 법은 건설업자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성명이나 상호를 사용하여 건설공사를 시공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누구든지 건설업자의 성명이나 상호를 빌려 건설공사를 시공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본 판결에서는 E 주식회사가 A에게 명의를 대여하고, A가 그 명의를 빌려 공사를 시공한 사실이 인정되었으며, 형식적인 약정 내용, 정액의 '부금' 수수료, 실질적인 공사 관여 부족 등이 명의대여의 증거로 판단되었습니다.
2.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제29조(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 조치), 제66조의2(벌칙), 제68조(벌칙)​: 사업주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도급사업의 경우, 도급인(G 주식회사)은 수급인(E 주식회사, 실제는 A)이 사용하는 근로자(피해자 J)가 산업재해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 안전보건시설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 A과 B은 경사로 안전 조치, 작업계획서 작성 및 신호수 배치 의무 등을 위반하여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책임을 졌습니다.
3.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작업계획서의 작성 등), 제39조(작업지휘자 지정), 제40조(유도자 배치 등)​: 사업주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지게차) 등을 사용하는 작업의 경우, 위험 예방대책, 운행 경로 및 작업 방법 등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해야 합니다. 또한, 작업지휘자를 지정하고, 충돌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유도자(신호수)를 배치해야 합니다. 피고인 A과 B은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4.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처벌받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인 A과 B의 안전 조치 의무 위반이 피해자 J의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었습니다.
5. 양벌규정(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건설산업기본법 제98조)​: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 사용인 등이 업무에 관해 위법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해당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이 규정에 따라 F 주식회사와 E 주식회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6. 상상적 경합범(형법 제40조)​: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경우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본 사건에서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상상적 경합범으로 인정되었습니다.
7. 사전조사 의무 범위(구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별표 4])​: 법원은 지게차가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에 해당하며, '차량계 건설기계'와는 그 주된 용도와 작업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령이 '차량계 건설기계'에 부과하는 작업장의 지형·지반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 의무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인 지게차 작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 사실에 대해서는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1. 건설 공사 명의대여는 엄격히 금지됩니다: 등록된 건설업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상호나 이름을 빌려주거나 빌려서 공사를 수행하는 행위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이며, 이는 부실 공사나 안전 관리 미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사고 발생 시 관련자 모두에게 형사 처벌로 이어집니다.
2. 안전 관리 총괄 책임자의 의무를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원도급사의 현장소장 등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하도급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현장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감독 의무를 가집니다. 형식적인 서류 처리나 현장의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도 방치하는 것은 중대한 과실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작업계획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작업계획서는 단순히 서류상의 절차가 아니라, 실제 작업 환경의 위험 요소를 면밀히 분석하고 구체적인 예방 대책과 작업 방법을 포함하여 실질적으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특히 지게차와 같은 중장비 작업 시에는 운행 경로, 위험 예방 대책, 작업지휘자 및 신호수 배치 계획 등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4. 위험 작업 시 인력 배치 의무를 준수해야 합니다: 지게차 등 위험성이 있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의 경우, 작업지휘자와 신호수(유도자) 배치는 법적으로 필수적인 안전 조치입니다.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이를 소홀히 하는 경우, 사고 발생 시 중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5. 현장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안전 조치가 중요합니다: 경사로, 미끄러운 노면 등 현장 특유의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미끄럼 방지 조치, 고임목 비치 등 구체적인 안전 장치를 반드시 마련하고, 이를 작업계획서에 반영하고 실제로 이행해야 합니다.
6. 피해자의 과실이 있더라도 사업주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사고 발생에 피해자의 일부 과실이 있더라도, 사업주나 안전보건 책임자의 중대한 업무상 과실이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에 영향을 미쳤다면, 해당 과실에 대한 형사 책임은 경감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