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원고 A와 피고 B는 오랜 기간 동안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함께 하며 빈번하게 금전거래를 해왔습니다. 피고 B는 2014년 12월 30일 원고 A에게 2억 원의 차용증을 작성해주었는데, 여기에는 '2015년 12월 30일'이라는 변제기와 함께 수기로 'C 토지보상금 환수시 완불하는 조건임'이라는 특약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가 채무를 변제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 B는 변제기한이 도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예비적으로 다른 채무로 상계하겠다고 항변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차용증에 기재된 2억 원이 두 사람 사이의 오랜 금전거래를 최종적으로 정산한 '정산금'으로 보았고, 토지보상금 환수 특약은 합리적인 기간 내에 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원고가 이행을 독촉한 시점에 변제기가 도래한 것으로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원고 A와 피고 B는 2003년경부터 2014년 12월 30일경까지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함께 진행하면서 수많은 금전거래를 해왔습니다. 2014년 12월 30일, 피고 B는 원고 A에게 2억 원을 '틀림없이 빌렸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해 주었습니다. 이 차용증에는 변제기일로 '2015년 12월 30일'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었고, 수기로 '※ 상기 차용금은 C 토지보상금 환수시 완불하는 조건임'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피고 B는 이 사건 차용증 작성 이전인 2013년 5월 29일 원고 A에게 서울 동작구 C 토지 중 일부 지분을 소유권 이전등기해준 사실도 있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가 2억 원을 변제하지 않자 2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는 토지보상금 환수라는 조건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만약 변제 의무가 인정된다면 원고 A가 피고 B에게 지급해야 할 C 토지 지분 매매대금 69,196,625원으로 상계하겠다고 항변했습니다.
이 사건 차용증의 2억 원이 단순한 차용금인지 아니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오랜 금전거래를 최종적으로 정산한 정산금 또는 약정금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차용증에 기재된 고정 변제일('2015. 12. 30.')과 수기 특약('C 토지보상금 환수시 완불하는 조건임') 중 어느 것이 우선하며, 이 특약에 따른 변제기가 도래했는지 여부도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피고가 주장하는 C 토지 지분 매매대금 69,196,625원과의 상계 항변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도 법원의 판단 대상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 일부를 취소하며,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해 2019년 8월 3일부터 2021년 5월 20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총비용 중 1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각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차용증에 기재된 2억 원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오랜 금전거래 내역을 최종적으로 정산한 '정산금'으로 판단했습니다. 변제기 특약과 관련해서는 'C 토지보상금 환수' 조건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성취되지 않아 원고가 이행을 독촉한 시점인 2019년 8월 2일에 변제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피고의 상계 항변은 2억 원이 정산금이라는 판단하에 받아들이지 않아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처분문서의 해석 원칙'과 '조건부 변제기한의 해석 원칙'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1. 처분문서의 해석 원칙: 법원은 처분문서(예: 차용증)가 진정하게 성립된 경우 그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부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내용이 되는 법률행위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당사자가 어떤 법률행위를 하면서 처분문서를 작성한 경우, 당사자의 의사는 그 법률행위의 동기와 목적, 당사자 사이의 관계, 문서에 사용된 용어의 의미, 사회 일반의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문언 자체의 표현에만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차용증'이 반드시 소비대차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재된 금액 상당의 지급 의무를 인정하는 취지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대법원 1990. 3. 23. 선고 89다카16505 판결,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56573 판결 참조)
적용: 법원은 원고와 피고가 2003년부터 2014년 12월 30일까지 빈번하게 금전거래를 해왔고, 그 기간 동안의 입출금 내역을 보면 원고가 피고에게 입금한 금액이 약 6억 3,915만 원, 피고가 원고에게 입금한 금액이 약 3억 2,274만 5천 원으로 그 차액이 3억 1,640만 5천 원에 달하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정황상 이 사건 차용증에 기재된 2억 원은 단순히 빌린 돈이 아니라, 그 작성 시점까지의 원고와 피고 사이의 금전거래 내역을 최종적이고 일괄적으로 정산한 '정산금' 또는 '약정금'으로서 피고가 원고에게 위 2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는 취지에서 차용증을 작성해 주었다고 판단했습니다.
2. 변제기한의 해석 원칙 (조건부 기한):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실이 발생한 때뿐만 아니라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나아가 부관으로 정한 사실의 실현이 주로 채무를 변제하는 사람의 성의나 노력에 좌우되고 채권자가 그 사실의 실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에는, 사실이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에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채무의 이행기한은 도래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다205127 판결 참조)
적용: 이 사건 차용증의 수기 특약인 'C 토지보상금 환수시 완불하는 조건임'은 변제기를 특정 사실 발생 시점으로 정한 부관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차용증 작성일인 2014년 12월 30일로부터 6년이 넘게 경과했고, 부동문자로 기재된 변제기일인 2015년 12월 30일로부터도 5년이 넘게 경과했음에도 C 토지에 대한 구체적 보상계획이 아직 공고되지 않아 언제 보상이 이루어질지 예상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C 토지보상금 환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합리적인 기간 내에 그 환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게 적극적으로 채무 이행을 구하는 의사표시인 이 사건 지급명령 정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날인 2019년 8월 2일에는 피고의 정산금 지급 의무의 이행기한이 도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3. 상계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게 C 토지 지분 매매대금 69,196,625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상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2억 원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금전거래를 일괄 정산한 '정산금'으로 인정되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위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 피고의 상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4. 지연손해금: 판결에서 인정된 채무에 대해 이행기한이 도래한 다음 날부터 연 5%의 민법상 이율, 그리고 소송이 제기되어 채무자가 이행 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이율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했습니다.
개인 간 금전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우, 그때그때의 거래 목적, 금액, 변제기, 이자 등을 명확히 기재한 차용증이나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의 문서를 반드시 작성하고 상호 교환하여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장기간 불분명한 거래가 지속되면 추후 채무 관계를 정산하는 데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차용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더라도 법원은 해당 문서가 작성된 동기, 당사자 간의 관계, 전반적인 금전거래 내역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단순히 돈을 빌렸다는 의미가 아닌 '정산금'이나 '약정금'을 인정한 취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서의 문언뿐만 아니라 실제 거래의 맥락이 중요합니다. 변제기에 '특정 사건 발생 시'와 같은 조건을 붙일 경우, 그 사건의 발생 여부가 주로 채무자의 성의나 노력에 달려 있고 채권자가 영향을 주기 어렵다면, 합리적인 기간 내에 그 사건이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될 때에도 변제기가 도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건부 변제기는 신중하게 설정하고, 조건이 장기간 불확실하게 유지될 경우 채권자는 채무 이행을 독촉하는 등의 방법으로 변제기를 확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여금이나 정산금 채권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채권자는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가압류, 재판상 청구 등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하여 채권을 보전해야 합니다. 상대방 채무를 상계하려는 경우, 상계하려는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 법적 근거가 명확해야 합니다. 불분명한 주장으로는 상계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