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기술보증기금은 대출 보증 후 채무자 B의 이자 연체로 대위변제를 하고 B에게 구상금 채무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B이 아파트를 매도하고 그 대금 중 2억 8,864만 3,202원을 전 배우자 A에게 지급하자, 기술보증기금은 이를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증여계약 또는 재산분할약정의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에게 지급된 금액이 B과 A의 오랜 혼인 기간과 A의 기여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서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기술보증기금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B은 'C'라는 업체를 운영하면서 기술보증기금의 신용보증을 받아 중소기업 대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자금 사정 악화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했고, 기술보증기금은 2020년 12월 21일 중소기업은행에 85,561,181원을 대신 갚아주게 되었습니다. 이보다 앞서 B은 2019년 10월 24일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를 6억 2,000만 원에 매도했으며, 2020년 1월 7일 잔금을 받으면서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남은 2억 8,864만 3,202원을 배우자 A에게 지급했습니다. 피고 A는 이 돈으로 다른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기술보증기금은 B의 채무가 발생한 상황에서 B이 유일한 재산이었던 아파트 매매대금 중 상당액을 배우자 A에게 넘긴 것이 채권자인 자신을 해치는 행위라고 보고, 이 금원 지급을 사해행위로 보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무자가 이혼 전 배우자에게 지급한 아파트 매매대금의 일부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루어진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해당 금원 지급이 일반적인 증여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이혼에 따른 정당한 재산분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재산분할로 인정되더라도 그 분할액이 민법상 허용되는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기술보증기금의 주위적 청구(증여 취소)와 예비적 청구(재산분할 취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B이 피고 A에게 금원을 지급한 시점이 형식적으로 이혼 소송 제기 전이지만, 이미 이혼에 관한 협의가 상당 부분 이루어진 상태였고 B의 경제적 무능 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하여 이 금원 지급을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의 일환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와 B의 약 36년간의 혼인 기간, 피고 A가 가정경제에 기여해온 점, B의 유일한 적극재산인 아파트 매매대금에서 채무를 변제한 후 남은 금액이 A에게 귀속된 점, B의 채무가 대부분 개인 사업 관련 채무였고 A가 그 존재를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288,643,202원의 재산분할이 피고 A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거나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취지에 반할 정도로 과대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 (재산분할청구권): 이혼한 부부 중 한쪽이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합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노력하여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고 분배하는 성격이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배우자를 부양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해행위 취소의 법리: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로 인해 그의 채무를 갚을 능력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하기 어렵게 되는 경우 채권자가 그 재산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이혼 시 재산분할이 사해행위가 되는 경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이혼하면서 배우자에게 재산분할로 재산을 넘겨준 경우라도, 그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따른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이 아니라면 사해행위로 보아 취소할 수 없습니다. 즉, 이혼 재산분할은 채권자의 공동 담보를 감소시키는 결과가 되어도, 그 본래의 목적과 성격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 취소되지 않으며, '과대한 재산분할'이라는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채권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A에게 지급된 2억 8천여만 원이 36년간의 혼인 기간, 각자의 기여도, B의 재산 및 채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재산분할로 인정되어 사해행위로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이혼 재산분할의 보호: 부부가 오랜 기간 혼인 생활을 하면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이혼 시 공정하게 나누는 것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입니다. 설령 한쪽 배우자에게 빚이 많더라도, 정당한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해행위로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과대한 재산분할'의 판단: 재산분할액이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는 '과대한' 것인지 여부는 혼인 기간, 부부 각자의 재산 형성 기여도, 이혼의 경위, 부부의 나이와 건강 상태, 직업, 소득, 재산 상태, 재산분할이 부양적인 성격도 가지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단순히 채무자가 빚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이 자동으로 사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증거의 중요성: 재산분할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혼인 중 각자의 경제활동 내역, 재산 형성 과정, 가사 노동 기여도, 채무 발생의 원인 및 성격 등을 객관적인 자료(예: 급여명세서, 통장 거래 내역, 부동산 등기부 등본 등)를 통해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급 시기: 이 사건처럼 이혼 소송 제기 전이지만 실질적으로 이혼 협의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 재산분할 명목으로 재산을 지급한 경우에도 정당한 재산분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지급이 형식적인 절차보다 실질적인 이혼 준비의 일환이었는지 여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