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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사업의 설계와 감리를 담당하는 주식회사 A는 B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조합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A사는 아직 받지 못한 계약금과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에 따라 추가로 수행한 용역 업무에 대한 대금을 조합에 청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조합이 A사에 계약금과 추가 용역비 합계 약 2억 8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10년 B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7억 1천만 원 상당의 설계용역 계약을 맺었습니다. 처음 제출된 정비구역 지정 제안서가 반려되자, 조합은 A사에 인근 연립주택 등을 포함한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관련 추가 용역 업무를 요청했고, A사는 이를 수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2015년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이 완료되었습니다. A사는 2015년 추가 용역 업무가 기존 계약 외의 업무임을 알리며 1억 4천만 원의 견적을 제시했습니다. 조합은 2018년 2월 임시총회를 열어 A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의하고 다른 설계 회사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A사는 조합에 계약금 1억 5천만여 원과 추가 용역비 1억 4천만여 원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조합은 A사가 계약 유지 의사가 없었으므로 묵시적 합의 해지가 있었거나, 신뢰관계 훼손으로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계약금 및 추가 용역비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A사는 이 주장에 대해 계약 해지에 동의한 적이 없고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반박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건축 조합이 설계 회사에 설계용역 계약금과 추가 용역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계약 해지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는지, 계약의 성격이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 그리고 추가 용역 업무에 대한 묵시적 약정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원고 주식회사 A에게 총 283,936,400원 및 각 해당 금액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계약금 156,888,600원에 대해서는 2018년 10월 31일부터, 추가 용역대금 127,047,800원에 대해서는 2019년 9월 10일부터 2022년 5월 13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재건축조합이 설계회사와의 계약을 묵시적으로 합의 해지했거나 신뢰관계 훼손으로 해지되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설계 업무 계약을 민법상 도급계약으로 보아 조합의 일방적인 자유로운 해지권을 부정했습니다. 추가 용역 업무에 대해서는 조합의 요청에 따른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여, 조합이 설계 회사에 계약금과 추가 용역비를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여러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계약의 성격 (도급계약 vs 위임계약) 법원은 주식회사 A와 B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사이의 설계용역 계약이 '민법상 도급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도급계약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위임계약은 '사무 처리'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 사건 계약은 설계도면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물을 완성하고, 그 완성 정도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체결되었으며, 계약 해지 권한도 민법 제543조 및 계약서 제13조, 제14조에 따라 일정한 사유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는 위임계약의 특성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조합의 일방적인 해지권 주장을 배척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2. 묵시적 합의 해지의 인정 여부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70884 판결' 등은 계약의 묵시적 합의 해지가 인정되려면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더 이상 실현하지 않으려는 의사가 일치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조합은 A사가 계약 유지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A사가 조합의 해지 통보에 대해 귀책사유 없음을 주장하며 반박했고, 계약금 지급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등 계약 유지 의사를 분명히 했으므로 묵시적 합의 해지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신뢰관계 훼손으로 인한 해지 여부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59629 판결' 등은 계속적 계약의 경우 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해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은 도급계약의 성격이 강했고,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 사유에 '신뢰관계 훼손'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법원은 조합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신뢰관계 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4. 추가 용역대금 지급 의무 (묵시적 약정 및 부당이득) 수급인의 추가 용역대금 채권은 명시적 약정뿐만 아니라, 용역도급계약의 목적, 추가 용역 수행 경위, 계약 내용, 도급인의 지시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묵시적 약정'이 인정될 경우에도 발생합니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다7022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계약서의 특약사항 조항('제4조 제1항 단서', '제23조 제1항'), 당시 조합장의 사실확인서, 기존의 유사 용역비 지급 사례, 추가 용역비 견적 제시 후 조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조합의 지시에 따라 A사가 추가 용역 업무를 수행했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상인으로서 영업 범위 내에서 피고를 위해 추가 용역 업무를 수행했고, 피고가 이로 인해 '구 도시정비법 제4조 제3항'에 따른 정비구역 지정을 얻는 이득을 보았다는 점에서 '상법 제61조'의 보수 청구권 또는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근거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추가 용역대금은 감정인의 감정 결과에 따라 127,047,800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고려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지 시 명확한 의사 확인: 계약을 해지할 때는 명시적으로 서면 합의를 통해 해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상대방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묵시적 합의 해지는 법원에서 엄격하게 판단되므로, 일방적인 주장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계약 유형의 이해: 설계 용역과 같이 결과물을 만드는 계약은 민법상 '도급계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도급계약은 '위임계약'과 달리 당사자가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체결 시 계약서에 해지 사유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여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해야 합니다.
추가 업무 지시 및 비용 정산의 문서화: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추가적인 업무를 요청하거나 수행하게 될 경우, 업무 범위와 그에 따른 용역비 정산 방식에 대해 사전에 명확하게 합의하고 이를 문서로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묵시적인 약정도 인정될 수 있지만, 분쟁의 소지를 줄이려면 명시적 합의가 가장 안전합니다.
재건축 사업의 특수성 인지: 재건축과 같은 대규모 사업은 행정 절차나 법규 변경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습니다. 계약 시 이러한 변동 가능성을 미리 고려하여 추가 업무 발생 시 대처 방안이나 계약 변경 조건 등을 계약서에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의사소통의 기록 및 보존: 공문, 내용증명, 회의록,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 모든 의사소통과 합의 사항은 기록하고 보존하여 추후 분쟁 발생 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조합 이사회나 총회 등에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 경우 그 결의 내용도 확인하여 증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