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사 부실 감리로 인한 벌점 부과 처분 다툼

이 사건은 지하철 건설사업 관리를 수행한 두 건설엔지니어링 회사인 주식회사 A와 주식회사 B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부실 감리를 이유로 부과받은 벌점 처분 14점에 대해 취소를 요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들은 벌점 처분이 일사부재리 및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고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중복 벌점 부과 및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법원은 일부 벌점 처분을 취소했으나, 2심 법원은 대부분의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하철 공사의 안전성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중앙기둥 콘크리트 들뜸 및 자재 기포 발생 관련 벌점(순번 9)은 준공 후 발생한 하자로 감리 중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취소했습니다. 최종적으로 2심 법원은 14점의 벌점 중 2점에 해당하는 1개의 벌점만 취소하고 나머지는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서울교통공사)의 처분을 대부분 유지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주식회사 A, 주식회사 B): 지하철 건설사업 관리 용역을 수행한 건설엔지니어링 회사들로, 부실 감리 혐의로 벌점 처분을 받았습니다.
• 피고(서울교통공사): 지하철 공사의 발주처이자 건설사업 관리 용역을 위탁한 기관으로, 원고들에게 부실 감리 벌점을 부과했습니다.

분쟁 상황

원고인 두 건설엔지니어링 회사는 지하철 건설사업 관리 용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여러 부실 감리 혐의로 벌점을 부과받았습니다. 부실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제8공구 하이브리드 공법 관련: 시방서에 규정된 절연체 자재 대신 비절연체 보강 자재 사용 및 유사동적시험 결과서 미흡.
2. 제4, 5공구 BR 공법 관련: 시공사가 자재 품질검사 항목을 일부 누락했음에도 시정 지시를 하지 않은 점, 시방서상 보강재(SS400)를 피고의 승인 없이 임의로 다른 자재(SM45C, GCD450)로 변경하여 시공한 점.
3. 제5공구 SOS 공법 관련: 시방서에 규정된 보강 자재(SM490)보다 낮은 성능의 자재(GCD450)를 사용하고 품질검사 일부를 누락했음에도 시정 조치를 하지 않은 점.
4. 제8공구 하이브리드 공법 관련: 준공 후 중앙기둥에서 콘크리트 들뜸, 자재 기포 발생 등의 시공 불량이 발견된 점.

이에 대해 원고들은 이미 과거에 주의, 경고, 또는 벌점 미부과 조치를 받았던 사안에 대해 다시 벌점을 부과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및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각 부실 사유가 자신들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고, 벌점이 중복 부과되었으며, 합계 14점의 벌점이 과도하여 영업상 막대한 불이익을 초래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서울교통공사의 벌점 부과 처분이 과거의 조치와 동일 사유로 이루어져 일사부재리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2. 벌점 부과 사유로 제시된 각 건설 부실 항목(비절연체 자재 사용, 품질검사 누락, 시방서와 다른 자재 임의 변경, 준공 후 하자 발생 등)이 실제로 원고들의 부실 감리에 해당하는지 여부.
3. 유사하거나 동일한 부실 항목에 대해 벌점을 중복 부과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
4. 부과된 벌점의 정도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여부. 특히 벌점 부과 행위가 '기속행위'(의무적 행위)인지 '재량행위'(재량권이 부여된 행위)인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인 이 법원은 제1심판결 중 피고(서울교통공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벌점 취소 부분 일부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즉, 대부분의 벌점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심 법원은 피고가 2022년 1월 12일 원고들에게 부과한 벌점 처분 중 순번 9에 기재된 '(2.1) 콘크리트 들뜸, 자재 기포발생으로 재시공(8공구 하이브리드공법)'에 관한 부분만 취소했습니다. 이 부분은 준공 시에는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준공 이후 시간 경과에 따라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이 감리 단계에서 이를 발견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보았습니다. 나머지 벌점 처분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의 항소는 기각되어, 대부분의 벌점은 유효하게 유지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90%, 피고가 10%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항소심 법원은 건설공사의 부실 방지 및 안전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부분의 벌점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특정 항목(콘크리트 들뜸 및 자재 기포 발생)에 대해서는 시공 이후의 사후적인 하자로 보고 감리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며 해당 벌점 처분만 취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들은 부과받은 벌점 대부분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건설기술 진흥법 제53조 제1항: 이 조항은 발주청 등이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건설기술인 등이 공사 감리 등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아 부실공사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부실의 정도를 측정하여 벌점을 '주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벌점 부과가 재량 행위가 아닌 '기속 행위'라는 근거로 삼아, 부실공사가 인정되면 벌점을 의무적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2. 구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 제87조 제5항 [별표 8] 건설공사 등의 벌점관리기준: 이 시행령은 벌점의 부과 및 경감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개별 단위의 부실사항'에 따라 각각 벌점을 부과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을 근거로, 공구(공사 구역)나 공법이 다르다면 공종이 같아도 별도의 벌점 부과가 중복 벌점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3.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법의 일반 원칙 중 하나로,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을 신뢰하고 개인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신뢰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신뢰보호 원칙이 적용되려면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 개인의 귀책사유 없는 신뢰, 신뢰에 기초한 행위, 그리고 신뢰 침해로 인한 이익 침해라는 네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신뢰에 기초한 행위'와 '이익 침해'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4. 일사부재리의 원칙: 한 사건에 대해 일단 재판이 확정되면 다시 재판을 걸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행정처분에 있어서도 동일한 사유에 대해 다시 불이익 처분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쟁점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선행 조치(주의, 경고)가 벌점 부과와 동일한 처분이 아니며, 각 부실 사항이 개별적으로 벌점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5. 비례의 원칙: 행정 작용은 행정 목적 달성에 적합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그로 인한 국민의 이익 침해가 그 행정 작용이 의도하는 공익보다 커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건설 안전 및 품질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이 매우 크고, 부실 벌점 제도가 이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므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익 침해(공공 입찰 불이익 등)가 이 사건 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6. 부실공사의 범위: 법원은 '부실공사'를 단순히 건축물 자체 또는 공사 현장에 안전상의 문제가 현실화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령·설계도서·시방서 등에 반하여 공사를 수행함으로써 건축물의 안전성을 훼손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건설사업 관리 부실 벌점 관련 분쟁 상황에 놓인 경우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설계도서 및 시방서의 엄격한 준수: 건설사업 관리자는 설계도서와 시방서에 명시된 자재, 공법, 품질 기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시공사에 이행을 지시해야 합니다. 작은 규정 위반도 부실의 우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2. 품질검사의 완전성: 품질검사는 관련 법령 및 시방서에 명시된 모든 항목을 빠짐없이 수행해야 합니다. 일부 항목만 검사하거나 불충분한 검사는 부실 감리의 중요한 사유가 됩니다.
3. 자재 변경 및 설계 변경의 정식 승인 절차: 설계도서나 시방서에 명시된 자재를 변경할 경우, 반드시 발주처로부터 명확하고 공식적인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비공식적인 협의나 단순 보고는 정식 승인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4.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 한계: 행정청의 '주의', '경고', '벌점 미부과' 등의 조치를 받았다고 해서 이것이 향후 동일한 사안에 대한 벌점 부과를 영원히 막는 '공적 견해표명'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구체적인 신뢰에 기반한 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를 증명하지 못하면 신뢰보호 원칙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5. 부실 벌점 부과의 기속성: 건설기술 진흥법상 벌점 부과 처분은 부실공사 발생 또는 발생 우려가 있다면 행정청이 의무적으로 부과해야 하는 '기속행위'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은 인정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공익 목적(건설 안전 및 품질 확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사익 침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6. 하자 발생 시점의 중요성: 준공 검사 시 발견되지 않았고 이후 시간 경과에 따라 발생한 하자라면, 해당 하자가 감리 단계에서 감리자의 책임으로 발견 또는 예측 가능했는지 여부가 벌점 부과 취소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자 발생 시점이 감리자의 책임 범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