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한의사 면허와 약사 면허를 모두 가진 복수 면허자가 약국 영업을 양수하고 약국개설자 지위 승계 신고를 했으나, 보건소장이 이를 반려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복수 면허자의 약국개설자 지위 승계 신고 반려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유지하며 보건소장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한의원과 약국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취지나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판결입니다.
한의사 면허와 약사 면허를 모두 소지한 원고는 약국을 양수하여 약국개설자 지위 승계 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 성북구보건소장은 원고가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어 의약분업 원칙에 위배되고 담합의 소지가 있으며, 약국개설자로서 직접 관리 의무를 다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고를 반려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반려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 보조참가인 G단체는 피고 측을 지지하며 소송에 참여했습니다.
한의사 면허와 약사 면허를 동시에 가진 사람이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약국을 개설하는 것이 약사법상 허용되는지, 특히 의약분업 원칙이나 담합 금지 규정에 위배되는지, 그리고 약국개설자의 직접 관리 의무와 약사의 겸업 금지 규정의 해석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 성북구보건소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약국개설자 지위 승계 신고 반려 처분을 취소한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즉, 원고의 약국개설자 지위 승계 신고 반려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복수 면허자가 한의원과 약국을 동시에 개설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취지나 관련 법령을 위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 근거합니다. 첫째, 한의원에서는 이미 한약 등의 처방과 조제·판매가 이루어지므로, 동일인이 한의원과 약국을 운영한다고 해서 의약품 오·남용이 특별히 증가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약사법에는 동일인이 의료기관과 약국을 동시에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습니다. 담합 금지 규정인 약사법 제24조 제2항 및 약사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은 서로 다른 의료기관 개설자와 약국 개설자 사이의 담합을 규제하는 것이지, 동일인에 의한 동시 개설을 막는 규정으로 볼 수 없습니다. 셋째, 약사법 제21조 제2항은 약국개설자 자신이 약국을 관리할 수 없는 경우 관리약사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개정 전 법과 달리 '부득이한 사유'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약국개설자가 다른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관리의무를 이행하지 못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 약사의 겸업을 금지했던 구 약사법 제19조 제3항이 삭제됨에 따라 약사의 겸업을 일반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사라졌으므로, 약사가 한의원 운영을 겸하는 것까지 금지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약사법 제21조 제2항 (약국 개설자의 직접 관리 의무 및 관리약사 제도): 약국개설자는 자신이 그 약국을 관리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관리약사를 둘 수 있습니다. 본 판결은 개정된 약사법이 약국개설자가 관리약사를 두는 경우 '부득이한 사유'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약국개설자가 다른 직업을 가졌더라도 관리약사를 통해 약국 운영이 가능함을 시사합니다.
약사법 제24조 제2항 및 약사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담합 행위 금지): 이 조항들은 약국개설자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다른 약국개설자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처방전 알선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유도하는 행위 등을 금지합니다. 법원은 이 규정들이 서로 다른 개설자 간의 담합을 규제하는 것이지, 한 개인이 복수 면허를 가지고 한의원과 약국을 동시에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문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구 약사법 제19조 제2항 단서 및 제19조 제3항 (삭제된 규정의 해석): 과거 구 약사법 제19조 제2항 단서는 '약국개설자 자신이 부득이한 사유로 그 약국을 관리할 수 없는 경우'에만 관리약사를 둘 수 있도록 규정했으나, 2000년 개정으로 '부득이한 사유' 요건이 삭제되었습니다. 또한, 약사의 겸업을 금지했던 구 약사법 제19조 제3항도 같은 해에 삭제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법 개정이 약사의 겸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관리약사 제도 운영의 유연성을 확대한 입법자의 의도라고 보아, 복수 면허자의 겸업을 금지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약분업 원칙: 의료기관과 약국이 소유상·경영상으로 분리되어야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한 의약품 오·남용을 예방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한의원의 경우 한약 조제 및 판매가 이미 이루어지므로, 동일인에 의한 한의원과 약국 동시 개설이 이 원칙에 특별히 위배되거나 의약품 오·남용을 증대시킬지 의문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면허나 자격을 여러 개 소지한 경우 각 직종의 겸업 가능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법률에 명확한 금지 규정이 없는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겸업 활동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의약분업과 같은 중요한 제도의 취지가 해당 직종의 특수성에 비추어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될 수 있는지 판례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약국개설자의 직접 관리 의무가 강화되었더라도, 현행 약사법은 '부득이한 사유' 없이도 관리약사를 둘 수 있게 함으로써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약국개설자가 다른 직업을 가진 경우에도 관리약사를 지정하여 약국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