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과 병원 운영 후 의사면허 취소 처분 항소 기각

원고는 흉곽외과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로서 2013년경 비의료인 2명과 공모하여 원고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불법 운영한 혐의로 의료법 위반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16년 5월 12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피고인 보건복지부장관은 2020년 7월 28일 해당 형의 확정을 근거로 원고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면허취소 처분이 절차적 위법, 관련 법률조항의 위헌성, 실효의 원칙 위반, 재량권 일탈·남용 등의 이유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항소심 모두 원고의 주장을 기각하고 면허취소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의사 A): 흉곽외과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로, 비의료인과 공모하여 의료기관을 불법 개설 및 운영한 혐의로 의사면허가 취소된 당사자입니다.
• 피고 (보건복지부장관): 의료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의사 A에게 의사면허취소 처분을 내린 행정기관의 장입니다.
• 비의료인 B, C: 의사 A와 공모하여 불법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한 자들입니다.

분쟁 상황

이 사건은 의사 A가 비의료인 B, C와 공모하여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불법적으로 개설하고 운영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의사 A는 2013년 5월 6일부터 2013년 8월 8일까지 비의료인이 병원의 전반적인 운영을, 자신이 진료를 담당하는 형태로 'D의원'을 운영하여 의료법을 위반했습니다. 이로 인해 2015년 6월 11일 의료법 위반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016년 5월 12일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형사판결 확정 이후 2020년 7월 28일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법 규정에 따라 의사 A의 면허를 취소하자, 의사 A는 이 면허취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입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보건복지부장관이 의사면허취소 처분을 내리기 전 원고에게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안내를 공시송달한 절차가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둘째,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및 제8조 제4호가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후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한 의사에 대해서도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이 명확성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인 규정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관련 형사판결 확정일로부터 4년이 경과하여 처분이 이루어진 것이 실효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가 과거의 관행을 변경하여 의사면허를 취소한 것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1. 절차적 위법 주장에 대해: 피고가 원고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보낸 송달이 반송되자 공시송달을 진행한 것은 행정절차법상 ‘송달받을 자의 주소 등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적법한 절차라고 판단했습니다. 강남구보건소를 통해 H의원의 소재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피고의 내부 시스템이 의료인의 주소나 병원 주소를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2. 처분 근거 법률조항의 위헌성 및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에 대해: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제8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는 ‘제8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과거에 발생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며, 면허취소 처분 시까지 결격사유가 유지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는 법률의 규정형식, 문언내용, 의료법 체계 및 연혁, 의료인의 결격사유와 면허취소 제도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입니다. 따라서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했더라도 면허취소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았으며, 관련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면허 재교부 제한이 3년으로 정해져 있어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3. 실효의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 피고가 원고의 의료법 위반 사실을 통보받고 자료를 요청하는 등 처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한 점, 관련 형사판결 확정 후 4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가 면허취소 처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4.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해: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에 따른 의사면허취소 처분은 재량행위가 아닌 기속행위(반드시 해야 하는 행위)이므로,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은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과거의 관행 변경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가 그러한 관행을 인정한 바 없고, 법제처 유권해석 등을 바탕으로 처분한 것에 위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론

의사 A는 비의료인과의 불법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의료법 위반 혐의가 확정되어 의사면허가 취소되었고, 이에 불복하여 제기한 모든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최종적으로 의사면허취소 처분이 정당하게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행정절차의 적법성, 관련 법령의 합헌성 및 올바른 해석, 그리고 행정청의 권한 행사의 적절성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 의료법 (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4호 (의료인의 결격사유)​: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를 의료인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로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 조항을 '과거에 해당 사유가 발생한 사실이 있는 경우'로 넓게 해석하여,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했더라도 면허취소 사유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 (면허취소)​: '제8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기속행위(재량의 여지가 없이 반드시 취소해야 하는 행위)로 보아, 면허취소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행정절차법 제14조 제4항 (공시송달)​: 송달받을 자의 주소 등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에 관보, 공보, 게시판, 일간신문 중 하나 이상에 공고하고 인터넷에도 공고하여 송달하는 공시송달을 규정합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송달을 시도했으나 반송되자 공시송달한 것을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사전 통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미리 처분의 제목, 원인이 되는 사실, 법적 근거 등을 통지하고 의견제출 기회를 주어야 함을 규정합니다. 공시송달이 적법하게 이루어졌으므로 이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 실효의 원칙: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상대방이 더 이상 권리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생긴 경우, 뒤늦게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리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면허취소 처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한 점 등을 들어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명확성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 (헌법재판소 결정 인용)​: 법규범이 명확해야 하고(명확성의 원칙), 기본권 제한 시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최소침해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춰야 한다(과잉금지의 원칙)는 헌법상 원칙입니다. 법원은 의료법 관련 조항이 국민의 보건 보호라는 공익 달성을 위해 적절하며, 3년의 재교부 제한이 있으므로 과도한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위헌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의료인이 비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에 관여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으로 중대한 법적 책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명의를 빌려주거나 형식적으로만 참여하고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운영을 하는 경우에도 의료인에게는 의료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과 함께 면허취소라는 행정처분이 따를 수 있습니다.

•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 시 주의: 의료기관은 의료인만이 개설할 수 있으며,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에 참여하는 것은 의료법에서 엄격히 금지됩니다. 의료인은 의료기관 개설 신고나 운영 과정에서 비의료인의 부당한 개입이 없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 행정처분 가능성 인지: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집행유예 기간이 지났더라도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의료법상 면허취소 사유가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한 '사실'이 발생했을 때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 행정절차의 중요성: 행정처분 전 사전통지는 중요하지만, 주소 불명 등으로 송달이 어려운 경우 행정청은 공시송달을 통해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의료인은 자신의 주소지 변경사항을 정확히 신고하고, 우편물 수령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법률 해석의 일관성: 법원은 관련 법률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의료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보다 국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 처분 시효: 의료법상 면허취소 처분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처분과 달리 별도의 시효 규정이 없으므로, 위반 행위가 발생하고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더라도 처분이 가능합니다. 과거 행정청의 관행이 변경되었다는 주장만으로는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