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제왕절개 출산 후 산모 사망 의료분쟁 조정 결정

이 사건은 제왕절개 수술 후 산모가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사망한 의료사고에 대해 유족들이 병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입니다. 산모는 출산 다음 날 보행 운동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양수색전증으로 진단받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유족들은 병원 의료진의 진료기록 부실, 수술 후 경과 관찰 및 응급처치 미흡, 무리한 보행 운동 지시, 환자 동의 없는 시술 등을 의료과실로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과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 병원장이 원고들에게 3천만 원을 지급하고, 원고들은 형사 고소를 취하하며 민형사상 일체의 추가 청구나 공개를 하지 않기로 하는 조정 결정을 내렸습니다.

분쟁 상황

산모 P는 2017년 1월 7일 피고 J가 운영하는 R산부인과의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딸 B을 출산했습니다. 다음날인 1월 8일, 병원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보행 운동을 하던 중 '아, 어지러워'라는 말과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이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동공 확장, 혈압 및 호흡 촉지 불가 상태가 되어 119구급차로 대형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1월 24일 흡인성 폐렴 및 저산소성 뇌손상, 혈복강, 파종성혈관내응고증에 따른 다장기 기능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 원인을 양수색전증으로 판단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진료기록을 부실하게 작성하여 수술 전후 경과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양수색전증 고위험군인 망인에 대한 경과 관찰 및 혈액검사 등 필요한 조치를 소홀히 했으며,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보행 운동을 지시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양수색전증의 전형적인 증상 발현에도 불구하고 진단 및 응급처치를 제때 하지 못했으며, 전원 과정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환자 동의 없이 유착박리술을 시행하여 승낙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약 6억 2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법상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 위반 여부, 제왕절개 수술 후 경과 관찰 및 보행 운동 지시에서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양수색전증 의심 증상 발현 시 진단 및 응급처치, 전원 조치의 적절성 여부, 유착박리술 시행 전 환자의 승낙권 침해 여부, 그리고 이러한 의료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존재 여부였습니다. 또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경우 그 범위(일실수익, 치료비, 장례비, 위자료 등)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당사자들의 이익 및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습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2022년 4월 29일까지 3천만 원을 지급하고, 만약 지체될 경우 미지급 금액에 대해 지급기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합니다. 원고들은 금원을 지급받는 동시에 피고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피의사건에 관해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고, 특정 인물들에 대해 별도로 고소하지 않습니다. 또한 원고들은 추후 피고에 대해 민사, 형사 및 행정상 일체의 이의나 추가 청구, 고소 또는 진정을 하지 않고, 언론이나 인터넷, SNS를 통한 유포 등을 포함한 누설 또는 공개를 하지 않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포기되며, 소송 총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결론

이 사건은 법원의 조정 결정을 통해 마무리되었습니다. 피고 병원장은 유족들에게 3천만 원을 지급하고, 유족들은 병원 측에 대한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포기하고 사건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의료분쟁에서 양 당사자가 서로의 입장을 절충하여 합의에 이른 사례로, 법적 다툼을 종결하고 더 이상의 분쟁 확대를 막는 역할을 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의료법 제22조 (진료기록부 등):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성실하게 작성하고 보존해야 합니다. 이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여 향후 지속적인 치료에 활용하고,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병원은 진료기록부를 부실하게 작성하여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입증하는 데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의료법 제23조 (진료기록부 등의 기재 사항): 진료기록부에는 환자의 주요 증상, 진단 결과,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기록해야 합니다. 기록이 부실하거나 누락될 경우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의료인의 주의의무: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는 진단, 수술, 처치뿐만 아니라 수술 후 경과 관찰, 적절한 검사 및 처치, 그리고 사후 관리 단계까지 포함됩니다. 특히 양수색전증 고위험군과 같은 특정 환자에게는 더욱 세심한 주의와 관찰이 요구됩니다.
환자의 승낙권 (설명의무 위반): 의료인은 환자에게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시행하기 전, 수술 방법, 예상되는 후유증 및 합병증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설명을 생략하고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승낙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의료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의 법리: 의료행위의 고도의 전문성으로 인해 일반인이 의료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그 증상 발생에 의료상의 과실 외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이 증명되면, 그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7다5867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진료기록부 부실 기재가 인과관계 추정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되었습니다.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6조): 피고는 병원 운영자로서 소속 의료진(당직의사, 간호사 등)이 업무 집행과 관련하여 망인에게 가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합니다.

참고 사항

의료기록의 중요성: 의료사고 발생 시 진료기록부는 핵심적인 증거 자료가 됩니다. 진료기록이 부실하게 작성될 경우, 의료인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으므로, 환자나 보호자는 진료 과정 및 기록이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고위험군 환자 관리: 임산부 중 고령 산모, 특정 질환자 등은 양수색전증과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의료진은 물론 환자와 가족들도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더욱 세심한 경과 관찰과 의료 조치가 이루어지는지 주시해야 합니다.
의료진 지시의 적절성 확인: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의료진의 지시(예: 보행 운동 시작 시점 및 방법)가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에 적합한지 의문이 들 경우, 의료진에게 설명을 요구하거나 재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응급 상황 대처: 갑작스러운 신체 이상 증상(어지러움, 의식 소실, 호흡 곤란, 피부색 변화 등)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의 즉각적이고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응급처치 여부가 환자의 생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를 요구해야 합니다.
환자의 동의권: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시행하기 전, 의료진은 환자에게 수술 방법, 예상되는 위험성, 후유증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설명 없이 이루어진 의료행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양수색전증 증상 인지: 양수색전증은 예측이 어렵지만, 갑작스러운 심폐기능 부전, 저혈압, 호흡곤란, 청색증 등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적인 보존 요법이 중요합니다. 관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의료진이 이 가능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