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원고인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A는 다른 3개 회사와 함께 닭고기 시장의 과잉 공급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원종계(닭의 조상 격) 수입량을 제한하고 육성계 및 노계(어린 닭과 늙은 닭)를 도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행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4천2백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농림수산식품부의 행정지도에 따른 정당한 행위였다거나 경쟁 제한성이 미미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를 요구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닭고기 산업의 낙관적 전망으로 원종계 수입량이 크게 늘어 종계 시장에 과잉 공급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종계 판매가격이 원가 수준인 2,500원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로 인한 축산 농가와 계열업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원고를 포함한 국내 주요 원종계 수입 및 판매 사업자 4개사는 2011년부터 원종계 보유량 감축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2013년 2월 P협회의 주선으로 모여 원종계 수입 쿼터량을 162,000수로 제한하고 이미 수입된 육성계와 산란기가 끝난 노계를 감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는 농림수산식품부가 2013년 1월과 2월에 발송한 육용 (원)종계 감축 방안 추진 요청 공문의 배경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2014년에도 동일한 수준의 수입 쿼터량 유지에 합의하고 실행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행위를 사업자 간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등 4개사의 원종계 수입량 제한 및 도태 합의가 농림수산식품부의 행정지도나 관련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였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에게 법 위반에 대한 인식이 없었거나 적법하게 행동할 기대 가능성이 없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해당 공동행위가 실제로 경쟁을 제한했는지 그리고 그 부당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원고가 흡수합병한 회사 C의 위반 행위에 대해 원고에게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 법적 근거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납부 명령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모든 주장을 기각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A에 대해 부과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의 공동행위는 농림수산식품부의 행정지도나 구 농안법, 구 축산계열화법 등 어떤 법령에도 근거한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으며,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또한 합병으로 소멸된 회사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의 책임은 합병 후 존속회사에 승계된다고 보았고 과징금 액수 또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농업회사법인들이 시장 수급 조절을 명분으로 원종계 수입량을 제한하고 도태를 합의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불법적인 담합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행정기관의 단순한 지침이나 요청이 사업자들 간의 경쟁 제한적 합의를 정당화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기업 합병 시 피합병회사의 법 위반 책임이 존속회사에 승계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여, 합병을 통한 법적 제재 회피를 막고 시정명령의 실효성을 강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제재가 타당하다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