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 행정
원고는 배우자의 친구로부터 자금을 차용하여 신약개발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고, 이후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차용금을 변제했습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 일련의 거래를 배우자로부터 주식을 직접 증여받은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 증여세를 부과했으나, 원고는 이 처분이 위법하다며 증여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식 취득 과정이 조세회피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실제 주식을 직접 증여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증여세 부과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또한, 전심절차 진행 시 처분청을 잘못 기재했더라도 과세관청이 실질적으로 해당 절차에 참여하여 다툴 기회를 가졌으므로 적법한 전심절차를 거친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원고 A는 2007년경 배우자 D로부터 B회사의 주식 29,499주를 증여받은 기존 주주였습니다. 2008년, B회사의 모회사 E가 신약개발 사업을 포기하자, D은 전문경영인으로서 B의 경영권을 유상증자 형식으로 인수하여 신약개발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이 유상증자 과정에서 원고 A와 D은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위해 D의 친구 H으로부터 각각 2억 원과 4억 원을 빌렸습니다. 원고 A는 H으로부터 빌린 2억 원으로 B의 신주(이 사건 제2주식 총 399,999주)를 인수했습니다. 이후 D은 B로부터 6억 원을 빌려 H에게 4억 원을 갚고, 나머지 2억 원을 원고 A에게 증여했으며, 원고 A는 이 2억 원으로 H에게 빌린 차용금을 변제했습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 일련의 거래가 실질적으로 D이 원고 A에게 이 사건 제2주식을 직접 증여한 것과 동일하다고 판단하여 원고 A에게 1,951,673,834원의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증여세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배우자 간 자금 이동을 통해 주식을 취득한 일련의 과정이 조세회피 목적의 실질적인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그리고 행정소송 제기 전 전심절차에서 처분청을 잘못 기재한 경우 그 전심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피고 서울지방국세청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A의 증여세경정거부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주식을 취득한 일련의 과정이 조세회피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실제 배우자로부터 주식을 직접 증여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어 피고의 증여세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한, 전심절차상 처분청 오기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가 실질적으로 절차에 참여했으므로 적법한 전심절차를 거쳤다고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배우자 D의 친구 H으로부터 자금을 차용하여 주식을 취득하고, 이후 D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차용금을 변제한 일련의 행위를 단순히 조세회피만을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특히 주식 취득 당시 신약개발 회사의 코스닥 상장 여부가 불확실했고 투자에 따른 손실 및 위험 부담 가능성이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원고가 D으로부터 주식을 직접 증여받은 것과 그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원고에게 부과한 1,951,673,834원(가산세 포함)의 증여세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세기본법 제56조 제2항은 조세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와 그 결정이라는 전심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필요적 전치주의'를 규정합니다. 다만, 본 사안과 같이 전심절차에서 처분청을 잘못 기재했더라도 과세관청이 실질적으로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전심절차에 참여하여 사실관계와 법률문제를 검토할 기회를 가졌다면, 이는 적법한 전심절차를 거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4항은 '2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쳐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경우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이는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태양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의 법적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 목적이었는지,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 각각의 거래 또는 행위 사이의 시간적 간격, 손실 및 위험부담의 가능성 등 관련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여러 단계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을 증여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또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재산'과 '재산의 취득자금'을 구별하고 있으므로, 증여받은 '자금'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와 '재산' 그 자체를 증여받은 경우를 동일하게 평가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가족 간 자금 거래 시에는 차용증, 담보 설정, 이자 지급 기록 등 명확한 증거를 남겨 차용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구두 합의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조세회피 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하나의 증여로 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모든 거래를 실질적인 증여로 단정하는 것은 아니며, 거래의 목적, 과정, 제3자 개입 여부, 시간적 간격, 손실 및 위험 부담 가능성, 사업상 필요 등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특히 기업의 투자 상황이나 주식 가치의 불확실성은 조세회피 목적이 아님을 입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세금 관련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조세심판 등의 전심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때 처분청을 정확히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나, 피고 측이 실질적으로 전심절차에 참여하여 사실관계와 법률문제를 다툴 기회를 가졌다 판단되면 절차적 하자가 치유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