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 기타 형사사건
이 사건은 1970년대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가 영장 없이 민간인인 피고인들을 불법 체포, 장기간 구금하고 고문하여 허위 자백을 받아내 간첩,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사건에 대한 재심 판결입니다. 피고인 망 A는 무기징역 및 사형, 피고인 망 C는 징역 15년, 피고인 B는 징역 7년, 피고인 D는 징역 2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으나, 이들의 유족과 생존 피고인들은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재심 법원은 보안사 수사관들의 불법 체포 및 감금 사실을 인정하여 재심을 개시하였고, 원심에서 채택된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되었거나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 A, B, C, D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명했습니다.
1974년 피고인 망 A는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동생들인 망 C, B를 포섭했으며, C는 다시 D를 포섭하여 간첩 행위, 군사기밀 누설 등을 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들은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1심 유죄 판결을,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징역 7년에서 무기징역 및 사형에 이르는 중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2016년 피고인 망 A의 아들 H, 피고인 B, 망 C의 아들 I, 피고인 D는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재심 법원은 이 사건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들이 권한 없이 피고인들을 연행하고, 구속영장 없이 구금하는 등 불법 체포 및 감금죄를 저질렀음에도 공소시효 완성으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없는 사실상·법률상 장애가 있다고 판단하여 재심을 개시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들이 법적 권한 없이 민간인인 피고인들을 연행, 불법 구금하고 조사한 행위가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들이 보안사 수사 과정에서 고문, 폭행, 협박 등으로 인해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자백하거나 진술서를 작성한 것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와 임의성 없는 진술을 제외하고 남은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인 A의 밀입북 사실에 대한 공소사실이 사실과 배치되는 명확한 알리바이 증거가 존재하여 공소사실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할 것을 명했습니다.
재심 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들이 수사권한 없이 피고인들을 불법으로 체포하고 영장 없이 장기간 구금하여 조사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진 피고인들의 진술과 제출된 증거들은 폭행, 협박, 기망 등 가혹행위로 인한 임의성 없는 심리 상태에서 얻어졌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일부 형식적으로 임의제출된 증거물 또한 불법 수사 과정에서 얻은 진술에 터 잡은 강제적 수집으로 보아 증거능력을 부정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피고인 A의 핵심적인 밀입북 공소사실이 당시의 객관적인 기록(출생신고, 영업 활동, 월세 수령 등)과 명백히 배치되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 (구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 등):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원칙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구속영장이 필요합니다. 긴급한 경우 예외적으로 긴급체포 후 사후 영장을 받을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정해진 시간 내에 영장을 받지 못하면 즉시 석방해야 합니다. 이 원칙을 위반하여 피의자를 체포, 구금하는 것은 불법이며, 이러한 불법적인 구금 상태에서 얻은 진술이나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특히 절차 위반 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 피고인이 증거에 동의하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보안사 수사관들이 수사권한 없이 민간인을 불법 체포·구금하여 수사하고 증거를 수집한 것이 이 원칙에 위배됩니다.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능력 부정 (형법 제124조 제1항 등): 고문, 폭행, 협박, 기망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진술은 그 임의성이 부정되어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이러한 진술은 진실성에 의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엄격히 배제됩니다.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검사가 그 임의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재심사유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422조는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이 피고인에 대하여 불법체포·불법감금죄 등을 범한 것이 증명되고 공소시효 완성 등으로 유죄 판결을 얻을 수 없는 경우에도 재심사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보안사 수사관들의 불법 체포·감금 행위가 인정되어 재심이 개시되었습니다.
범죄 증명의 정도 및 무죄 추정의 원칙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형사재판에서는 범죄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어야만 유죄를 선고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거나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