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방위산업체인 주식회사 H와 A, B 등 3개 회사가 국방과학연구원이 발주한 잠수함 핵심 부품 개발 사업(S-Ⅲ 사업)의 입찰에서 각자 입찰할 품목을 사전에 합의하여 나누고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로 인해 입찰이 유찰되는 등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로 판단하여 주식회사 H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습니다. 주식회사 H는 이에 불복하여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담합 사실과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주식회사 H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총 2조 7천억 원 규모의 잠수함 독자 설계 및 건조 사업인 S-Ⅲ 사업에서 국방과학연구소는 2009년 2월 시제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서 공모를 실시했습니다. 당시 주식회사 H, A, B 등 3개 방위산업체는 2008년 5월경부터 국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특히 2008년 12월 분리발주가 승인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후 각 입찰 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및 업무 분담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2009년 3월에는 A사와 B사 간에 이 사건 입찰의 낙찰자를 결정하는 협약서가 작성되었고, 이에 따라 입찰②, ③은 A사가, 입찰④는 B사가, 입찰⑤는 주식회사 H가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로 인해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은 합의된 업체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결국 국과연은 A사와 계약을 체결한 후 A사가 B사 및 주식회사 H와 물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3개 회사가 입찰 담합을 통해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판단하여 2012년 4월 주식회사 H에게 시정명령과 4억 1,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주식회사 H는 합의가 없었거나 경쟁 제한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방 조달 시장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방위산업체들 간에 입찰 품목을 사전에 합의하여 낙찰자를 결정하는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공동행위가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액수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인지도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H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식회사 H에 내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이 정당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H를 포함한 방위산업체들이 잠수함 사업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낙찰자를 결정하고 입찰 품목을 나눈 행위가 명백한 담합이며, 이는 국방 조달 시장의 특수성이나 기술력 결집의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도 적절한 재량권 행사 범위 내에 있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특수 시장에서도 담합은 엄격히 규제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입찰에 있어 낙찰자를 결정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 주식회사 H 등이 잠수함 사업 입찰에서 각자 입찰할 품목을 사전에 나누고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함으로써 낙찰자를 미리 결정한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합의'는 명시적인 계약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의사 연결도 포함됩니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경쟁제한성'은 공동행위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감소시켜 가격, 수량, 품질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단순히 직접적인 경쟁관계뿐만 아니라 시장 진입이 예상되는 잠재적 사업자 간의 공동행위도 경쟁제한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국방 조달 시장의 특수성이나 기술력 결집의 필요성 등은 예외적인 사유가 될 수 있으나, 공정거래법 제19조 제2항에 따른 사전 인가를 받지 않은 경우 엄격하게 해석됩니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2항은 사업자들이 공동행위가 필요한 경우 사전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합니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동행위는 원칙적으로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업체들은 기술력 결집을 이유로 들었으나, 이러한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에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특수한 시장이라 하더라도 입찰 담합은 엄격하게 규제됩니다. 특히 국방 조달 시장과 같이 수요자가 제한적이고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우에도 사전 합의를 통한 낙찰자 결정이나 업무 분담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법원이나 정부 기관의 조치가 있기 전이라도, 내부 회의록, 이메일, 업무수첩 등 회사 내부 자료는 담합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기술력 결집 등 정당한 사유로 협력이 필요한 경우에도, 단순히 비공식적인 합의를 넘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2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사전 인가를 신청하는 등 법이 정한 절차를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낙찰 후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는 개산 계약 방식이라 할지라도, 제안 가격은 협상의 기준 가격이 되며 궁극적으로 계약 금액 및 양산 단가에 영향을 미치므로, 담합을 통해 제안 가격을 높이는 행위는 경쟁 제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