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한국토지신탁과 건물 담보신탁 계약을 맺은 채무자가 있었는데 여기에 두 저축은행이 1순위 우선수익자로, 원고가 특정 건물(3개 건물)에 대한 2순위 우선수익자로 참여했습니다. 한국토지신탁은 1순위 수익자만을 위한 부동산(8개 건물)을 처분하면서 발생한 대금 중 상당 부분을 채무자에게 지급했고 이후 원고가 2순위 수익자로 있는 건물(3개 건물)을 처분한 대금은 모두 1순위 수익자에게 돌아가면서 원고가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지 못하게 되자 한국토지신탁과 저축은행들을 상대로 약정금 부당이득 반환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건물에 대한 담보신탁 계약에서 1순위 우선수익자와 2순위 우선수익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발생했습니다. 신탁의 수탁자인 한국토지신탁이 신탁 부동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무 변제에 우선적으로 충당하지 않고 채무자에게 상당한 대금을 지급했습니다. 이로 인해 2순위 우선수익자인 원고는 자신이 권리를 가진 특정 부동산이 처분된 이후에도 채권을 변제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원고가 2순위 우선수익권을 가진 3개 건물이 아닌 원고와 직접적인 권리 관계가 없는 8개 건물의 처분 방식과 수탁자의 배분 방식이 주된 쟁점이 되었습니다. 신탁계약서에 명시된 '최대한 협조한다'는 문구의 법적 의미와 수탁자의 신의칙상 보호의무 여부도 중요한 다툼의 대상이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한국토지신탁이 다른 건물의 처분 대금으로도 원고의 채권을 변제하기로 약정했다고 주장하며 약정금 청구를 하였습니다. 또한 담보신탁에도 공동저당권에 관한 민법 제368조가 유추적용되어 피고들이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피고 한국토지신탁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고 피고 은행들이 이에 가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예비적으로는 피고 한국토지신탁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을 감소시켰으므로 5억 원을 신탁재산에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제1심 판결 중 피고 한국토지신탁 부분을 변경하여 피고 한국토지신탁은 원고에게 325,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09년 6월 12일부터 2012년 7월 27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나머지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또한 원고의 피고 경기저축은행 주식회사와 피고 진흥저축은행 주식회사에 대한 항소 및 당심에서 확장된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한국토지신탁이 원고의 2순위 우선수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1순위 우선수익자인 피고 은행들에게 우선적으로 금액을 배분할 신의칙상 보호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채무자인 소외 회사에 상당 대금을 배분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점을 인정하여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분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신탁이 원고 채권을 다른 건물 처분 대금으로 변제하기로 약정한 사실은 없다고 보아 약정금 청구는 기각했고 담보신탁에 공동저당 관련 민법 제368조를 유추적용하기 어렵다고 보아 부당이득반환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피고 은행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1순위 우선수익자로서 신의칙상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며 배임 행위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예비적 청구인 신탁재산 회복 청구는 손해배상 청구와 선택채권 관계이며 원고가 2순위 우선수익권을 취득한 신탁재산은 3개 건물에 한정되므로 8개 건물 처분 대금은 원고의 신탁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 한국토지신탁은 원고에게 325,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민법 제368조(공동저당과 이시배당)는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수 개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담보신탁의 우선수익권자에게 이 조항이 유추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담보신탁의 법리가 저당권과는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구 신탁법(2011. 7. 5. 법률 제10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는 수탁자가 신탁재산 관리를 적절히 하지 못하여 신탁재산에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신탁의 본지에 위반하여 신탁재산을 처분한 경우 수익자가 수탁자에게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한국토지신탁이 이 사건 8개 건물의 처분 대금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2순위 우선수익자인 원고의 채권 변제 가능성을 침해한 것이 신의칙상 보호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청구권과 신탁재산 회복청구권은 선택채권의 관계라고 보았으며 원고가 2순위 우선수익권을 가진 신탁재산은 3개 건물에 한정되므로 8개 건물의 처분 대금은 원고의 신탁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률행위 해석의 원칙은 계약서 문구의 객관적인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특히 '협조를 최대로 한다'와 같은 문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적 의무보다는 사실상 협력을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최대한 협조한다'는 문구가 피고 한국토지신탁이 원고의 채권 변제 가능성이 침해될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하는 신의칙상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담보신탁 계약 시 2순위 또는 후순위 우선수익권자는 신탁계약서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여 자신의 권리 범위와 수탁자의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특히 '최대한 협조한다'와 같은 추상적인 문구는 법적 구속력이 약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이행 내용과 책임 범위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탁자의 신의칙상 보호의무가 인정될 수 있지만 이는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공동저당권과 담보신탁의 우선수익권은 유사해 보이지만 법률 적용에 있어 차이가 있으므로 각 제도의 법리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신탁재산 처분 시 수탁자가 1순위 우선수익자와 후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그 원칙과 절차를 계약서에 상세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발생 시 신탁부동산의 환가 및 정산 절차를 사전에 확인하고 특히 다른 우선수익자가 있는 경우 자신의 변제 순위와 범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신탁재산의 회복 청구는 손해배상 청구와 선택채권 관계이므로 어떤 청구를 할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자신의 권리가 미치는 신탁재산의 범위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