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상무이사로 근무하던 망인이 뇌출혈로 사망하자 그의 배우자가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지급을 거부했고 배우자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망인 B는 C 주식회사 상무이사로 31년 넘게 근무하며 영업관리 전반을 담당했습니다. 2018년 6월 12일 자택에서 출근 준비 중 두통으로 병원에 방문하여 '자발성 뇌실질혈종, 뇌동정맥기형' 진단을 받고 8일 후 사망했습니다.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56시간 03분 근무했고 발병 전날에는 미수채권 회수 문제로 대표에게 질책을 받았습니다. 발병 5일 전에는 주요 거래처의 당좌거래 정지로 인한 연쇄 부도 우려가 있었으나 회사에 미치는 실제 피해는 적었습니다. 망인에게는 뇌전증 치료 이력이 있었고 건강검진상 간질환, 이상지질혈증, 당뇨 소견이 있었으나 임상적으로 치료를 요하는 수준은 아니었으며 주치의는 고혈압, 당뇨 등은 없었으나 뇌동정맥 기형은 선천성 질환이라고 밝혔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과로, 스트레스 및 기저질환 악화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망인의 뇌출혈로 인한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망인의 만성적 과로, 업무 스트레스(미수채권 회수 문제와 대표와의 의견 대립 등), 그리고 기존의 뇌동정맥기형이라는 선천성 질환이 사망에 이르게 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망인이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56시간 03분 근무하여 과로 기준을 초과했지만, 31년 이상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며 업무에 충분히 적응했고 월 755만 원의 급여를 받는 상무이사로서 업무 책임은 크지만 정신적 긴장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미수금 관련 질책은 6개월 전부터 발생한 문제였고 망인이 회사 대표의 깊은 신임을 받던 위치였기에 해고나 인사상 불이익 위험이 없었으며 미수금 추심은 업무의 일환이자 예측 곤란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망인의 기저질환인 뇌동정맥 기형은 선천성 질환으로 절반 정도가 뇌출혈을 일으키고 매년 24%의 파열 확률이 있으며 망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조기 파열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측정한 혈압도 정상 범위였고 의학적 감정의들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요인이 생리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기 어렵거나 기여도가 12%에 불과하다는 소견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망인의 업무로 인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했거나 기존 질환이 자연경과적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의미하며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인과관계의 입증 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으며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어야 합니다. 다만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 발생·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대법원 판례(2002. 2. 5. 선고 2001두7725)가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와 고용노동부 고시는 뇌혈관 질병 등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의 12주간 평균 업무시간은 과로 기준을 초과했으나 법원은 망인의 직무 환경, 직위, 급여, 오랜 근무 경력 등을 바탕으로 정신적 긴장이 과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뇌동정맥 기형이라는 선천성 질환의 자연경과적 파열 가능성을 높게 보아 단순히 시간 기준을 초과하는 것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는 개별 근로자의 건강 상태, 신체 조건, 업무 강도, 스트레스 요인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만성적인 과로(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52시간 초과)가 인정되더라도 해당 근로자의 업무 적응도, 직위, 급여 수준, 책임의 성격 등까지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는 오랜 근무 경력과 높은 직위가 업무 스트레스 주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명백하더라도 그것이 업무의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거나 근로자가 충분히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긴장, 흥분 등이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업무로 인해 질병이 자연경과적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음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업무가 질병 발생 또는 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주장은 인과관계 증명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의학적 감정 결과는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문가들이 업무와의 기여도를 낮게 평가할 경우 재해 인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질병 발병 직후의 생리적 징후(예를 들어 혈압) 등 객관적인 건강 지표가 업무상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한 신체 변화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