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 노동
밀가루를 제조하는 공장에서 생산관리 이사로 근무하는 A는 생산팀의 업무를 총괄하던 중, 작업반장인 D가 기기 고장 시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단독으로 원맥가루를 제거하려다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A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A에게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D가 안전책임자로서 안전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었으며 A가 충분한 안전 교육 및 지시를 했음에도 D 본인의 판단으로 무리한 작업을 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주식회사 B의 생산공장에서는 원맥가루로 인해 밀가루 수송 기기(브로아 및 로터리 밸브)가 자주 멈추곤 했습니다. 로터리 밸브에는 원맥가루 수송을 위한 프로펠러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사고 당일인 2022년 10월 20일 오후 3시 30분경, 기기가 또 다시 정지되자 작업반장 D는 생산관리 이사인 A에게 보고하지 않고 전원도 차단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로터리 밸브에 손을 넣어 원맥가루를 제거하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원이 차단되지 않은 프로펠러가 작동하여 D는 좌측 손가락 2, 3, 4지의 절단상이라는 약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생산공정 총괄 책임자인 A가 이러한 위험한 상황을 방치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D의 부상을 초래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생산공정 책임자인 A가 기계 오작동 시의 안전 조치 및 작업자 교육에 대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와, 작업반장인 D의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무리한 작업이 사고 발생에 미친 영향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즉, 감독자의 과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지 아니면 작업자의 개인적 행위로 인한 것인지가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피고인 A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에게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브로아와 로터리 밸브 작동 정지 시의 조치는 비정형 작업에 해당합니다. 둘째, 회사의 비정형 작업 매뉴얼에 따르면 작업반장 D와 같은 숙련된 관리감독자의 허가로 작업이 가능하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셋째, D는 안전책임자이자 관리감독자로서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지위에 있었습니다. 넷째, 피고인 A는 작업반장들에게 작업 전 안전교육과 정기적인 테마별 안전교육 및 업무 매뉴얼 준수 지시 등을 충분히 실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이번 사고는 안전책임자인 D가 안전 매뉴얼 등을 모두 숙지한 상태에서 본인의 판단으로 무리하게 단독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 A의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과 형법 제58조 제2항이 적용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은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거나,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인 A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핵심적인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였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상'죄는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여 타인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로, 업무상 특별한 주의 의무를 부담하는 자에게 더욱 엄격한 책임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충분한 안전 교육과 지시를 했고 피해자 역시 안전 책임자로서 매뉴얼을 숙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이므로,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된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사업주는 작업장 안전 매뉴얼을 명확하게 수립하고 모든 직원이 이를 충분히 인지하며 준수하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둘째, 비상 상황이나 비정형 작업 시의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반드시 안전 관리자의 승인 및 감독 하에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셋째, 안전 관리 책임자는 단순히 교육 이수 여부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매뉴얼 준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불이행 시에는 즉시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넷째, 작업자의 안전 의식과 숙련도 역시 중요합니다. 특히 안전 책임이 있는 관리자는 본인의 판단이 아닌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며, 무리한 단독 작업은 중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아무리 숙련된 작업자라도 정해진 안전 수칙을 어긴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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