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원고 A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B연구소의 계약직 기술원으로 근무하다가 정규직 채용 절차에 응시했습니다. 원고는 건설・시설분야 행정직 모집에 응시하여 1차, 2차, 3차 전형 모두에서 최고득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소 소장은 ‘역량 부족’을 이유로 원고를 불합격 처리했습니다. 원고는 이 불합격 조치가 사용자의 인사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고 절차상 하자가 있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피고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정규직 고용 의사표시를 하거나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청구했습니다.
원고 A는 2010년 5월부터 피고 부설 B연구소에서 계약직 기술원으로 근무를 시작하여, 2013년 11월부터는 무기계약직 기술원으로 계속 근무해왔습니다. 2015년 4월, B연구소는 건설・시설분야 행정직 1명을 포함하여 정규직 6명을 채용하기 위한 공고를 냈습니다. 원고는 이 정규직 채용에 응시하여 1차, 2차, 3차 전형까지 모두 거쳐 응시자 중 최고득점인 종합 72.4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연구소 소장은 '역량 부족'을 이유로 원고를 불합격 처리했습니다. 이후 해양수산부장관은 이 채용 절차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여, 불합격 조치가 '규정 등에 근거하지 않고 임용권 및 채용권 범위를 벗어나 채용의 공정성을 상실한 행위'라고 지적했으나, 동시에 인사권자의 인사권을 인정(존중)하는 측면도 있음을 밝혔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불합격 조치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정규직 고용 의사표시를 하거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 5,0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사건 채용 절차에서의 불합격 조치가 인사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내부규정상 인사위원회 심의 절차를 누락하여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또한,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도 함께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원고 A가 제기한 주위적 청구(정규직 고용 의사표시 청구)와 예비적 청구(5천만원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의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불합격 조치가 인사재량권 일탈・남용의 하자가 있거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 채용에 있어 어떤 근로자를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채용할 것인지 자유롭게 결정할 재량권을 가지며, 채용공고에 '적임자가 없을 경우 채용하지 않을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최고득점자가 곧바로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연구소 소장이 새롭게 시작하는 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여 최종 합격점수를 75점 이상으로 정한 것이 객관성 및 합리성을 현저히 결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불합격 조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인사위원회 심의는 최종 합격자 결정에 대한 '협의사항'일 뿐이며, 최종합격자가 결정된 이후 단계별 전형 결과 검증에 대해 심의하는 것이므로, 불합격 조치 전에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 청구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직업선택의 자유 및 사용자의 채용 재량권 (헌법 제15조, 제23조 제1항 관련):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및 재산권에 기초하여 사용자는 어떤 근로자를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채용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자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채용 기준과 방법의 설정은 사용자가 해당 채용의 목적 및 내용 등을 고려하여 관계 법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이 정할 수 있는 재량행위에 속하며, 그 기준 등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현저하게 결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기준 등에 의한 합격 또는 불합격 조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채용공고 내용의 해석: 채용공고에 '적임자가 없을 경우 채용하지 않을 수 있음' 또는 '전형단계별로 필요배수 이내의 합격자 결정'과 같은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면, 응시자가 특정 전형에서 최고득점을 하거나 일정 점수 이상을 얻었더라도 최종 합격이 반드시 보장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채용 재량권을 전제로 하는 조항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내부규정의 구속력 및 인사위원회 심의의 성격: 연구소의 전형요령, 직종별 신규채용 심사기준, 인사위원회 운영요령 등 내부규정은 일반적으로 내부적인 인사업무 처리지침에 불과하여 사용자가 가지는 채용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소장에게 채용 전결 권한이 있고 인사위원회 심의가 '협의사항'이거나 '최종합격자 결정 이후'의 단계별 전형 결과 검증에 대한 심의로 규정되어 있다면, 이를 생략했다고 해서 채용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채용 공고에 '적임자가 없을 경우 채용하지 않을 수 있음' 또는 '전형단계별로 필요배수 이내의 합격자 결정'과 같은 문구가 명시되어 있을 경우, 특정 전형에서 고득점을 하더라도 반드시 최종 합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인지해야 합니다. 공공기관 채용에 있어서 인사권자의 재량권은 일정 부분 인정될 수 있으며,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채용 기준이나 방법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현저히 결여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 규정된 인사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가 있더라도, 해당 절차가 최종 합격자 결정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절차인지, 아니면 결정 이후의 협의 또는 검증 절차인지에 따라 절차상 하자의 유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 자신과 유사하게 불합격했던 사람들이 사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있더라도, 이는 정부 가이드라인이나 별도 채용 절차에 따른 것일 수 있으므로 자신의 사례에 직접 적용하여 권리 구제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불합격 처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해당 불합격 처분이 단순 부당함을 넘어 위법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명확한 법률적 근거와 함께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