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강도/살인 · 노동
이 사건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혼합물인 CMIT/MIT를 주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하면서 인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망 및 상해 결과를 발생시킨 피고인 12명과 관련된 사건입니다.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의 제품만을 사용한 경우와, 다른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을 주원료로 한 제품을 함께 사용한 경우로 나뉘었습니다. 재판의 쟁점은 서로 다른 주원료를 사용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들이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피고인들은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관련사건 피고인들은 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각각 안전성 검사 없이 제조·판매하여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이 두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가 주원료가 완전히 다르며, 제조사들 간에 서로 협력하거나 의사소통한 증거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피해자 중 상당수는 두 종류의 제품을 모두 사용했기에, 각 제품 제조사들의 책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특히 이들을 '공동정범'으로 묶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핵심적인 분쟁 상황이었습니다. 원심은 현대 산업사회의 특성과 소비자들의 정보 비대칭 등을 이유로 공동정범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과실범 공동정범의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며 이를 부정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과 관련사건 피고인들이 각자 다른 주원료(CMIT/MIT와 PHMG)를 사용하여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하였고, 서로 간에 협력이나 의견 교환 없이 독자적으로 개발, 출시하였으므로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의사의 연락이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주원료가 전혀 다른 대체 상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경우에는 그러한 공동의 인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심이 공동정범 성립을 전제로 공소시효 완성 여부와 인과관계 존부를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자들이 서로 다른 주성분으로 제품을 독립적으로 개발·출시한 경우, 명시적인 의사소통이나 공동의 인식이 없었다면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단순한 결과의 합치가 아닌,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나 의사의 연락이 필수적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따라서 원심법원이 공동정범을 인정하여 공소시효 및 인과관계를 판단한 것은 잘못되었으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이 조항은 고의범뿐만 아니라 과실범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여러 사람이 각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 것을 넘어, '의사의 연락'이나 '주의의무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즉, 서로 협력하거나 최소한 상대방의 주의의무 위반과 자신의 주의의무 위반이 결합하여 특정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주원료가 전혀 다른 제품을 독립적으로 개발, 판매한 제조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공동의 인식'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각자의 과실로 인한 결과가 중첩되더라도, 이를 공동정범으로 보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요소(의사의 연락, 공동 인식)가 충족되어야 함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여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성립합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무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업무상 과실이 여러 행위자 및 여러 제품과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때, 각 행위자의 책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법리적 쟁점이 됩니다.
제품의 성분 및 특성 확인: 여러 제품을 사용할 때는 각 제품의 주성분이나 주요 요소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의 경우 성분 확인이 필수적입니다. 과실범의 공동정범 요건: 서로 다른 제품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각 제조사가 공동의 책임을 지는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같은 종류의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넘어서, 각 제조사 사이에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나 '의사의 연락'이 있었음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주원료가 완전히 다른 제품을 독립적으로 개발, 출시한 경우에는 이러한 공동의 인식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개별적인 인과관계 입증의 중요성: 공동정범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각 제품 제조사의 업무상 과실이 피해 발생에 기여한 '상당한 인과관계'를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제품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이 과정이 더욱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업의 안전성 검사 의무: 제품, 특히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은 출시 전에 철저한 안전성 검사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업무상 주의의무의 핵심적인 부분이며, 미이행 시 중대한 법적 책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