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 즐겁게 술 한 잔 나누던 중 엄청해씨는 화장실을 가다가 나당찬씨와 살짝 부딪쳤습니다. 평소 같으면 사과하고 끝날 일이었지만, 엄청해씨는 술김에 사과를 하지 않았고 사소한 시비는 말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엄청해 : 너 말이야. 내 친한 동생이 아주 유명한 격투기 선수거든. 그 녀석 불러서 어디 혼 좀 내줄까? 갈비뼈 몇 대는 나갈걸. 나당찬 : 흥!! 지금 협박하는 거야? 어디 한 번 불러 봐. 나도 무술 통합 10단이 넘는 유단자라고!! 엄청해씨에게는 협박죄가 성립할까요?
- 주장 1
자신이 아닌 제3의 인물이 혼내주겠다고 한 것은 협박이 될 수 없으므로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주장 2
제3자의 행위일지라도 친한 동생이라고 하여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협박죄가 성립한다.
- 주장 3
제3자의 행위를 말하는 것도 협박죄의 협박이 되지만, 나당찬씨는 겁먹지 않았으므로 협박죄는 미수이다.
정답 및 해설
제3자의 행위일지라도 친한 동생이라고 하여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협박죄가 성립한다.
협박죄는 행위 전후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입니다. 고려하여야 할 사정으로 판례가 들고 있는 것은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제3자에 의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는 그에 포함되거나 암시된 제3자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 등이 있습니다. 실제로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견해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대법원은 실제로 공포심을 느꼈을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9.28. 선고 2007도606 전원합의체 판결【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위반·협박】). 사례에서 엄청해씨 발언의 취지는 “아는 동생을 불러서 갈비뼈 몇 대를 나가게 해주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야간에 술도 어느 정도 된 사람이 툭 부딪히고 그런 말을 하면 공포심이 들지 않을까요? 근데 의외로 나당찬씨는 전혀 주눅 들거나 두려워한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엄청해씨는 협박죄의 미수범이 아닌 기수범에 해당됩니다. 만약, 비슷한 상황에서 나당찬씨가 체격이 상당히 건장하고, 먼저 멋지게 생긴 문신을 보여주면서 “어쭈, 부딪혔으면 사과를 해야지. 어딜 그냥 가시나?”라고 하면서 길목을 막아서고, 체격이 너무나 왜소한 엄청해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왜 이러십니까. 저도 한 운동하는 동생들이 있는데 좋게 해결하는게 어떻겠습니까.”라고 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복잡한 법이론을 떠나,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을 다시 한 번더 생각하게하는 사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