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방해/뇌물
피고인들이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전쟁 반대 시위를 벌여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대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한 사례입니다.
피고인 8명은 2022년 9월 22일 오후 2시 30분경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전시장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에 유료 입장권을 구매하여 입장했습니다. 이들은 K808 장갑차와 K2 전차 위로 올라가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전쟁장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방위산업체의 이윤=누군가의 죽음, STOP THE ARMS FAIR, 전쟁장사를 멈춰라'는 현수막을 펼쳤습니다. 다른 피고인들은 이를 촬영하고 보안요원의 제지를 차단하는 등 약 11분간 소란을 피워 관람객들이 자리를 옮기게 함으로써 전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시민들의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 행사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표현의 자유 보장 범위 및 형벌의 보충성 원칙의 적용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로운 의사를 제압ㆍ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그 해당 여부는 범행의 일시, 장소, 동기, 목적, 인원수, 업무의 종류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게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민주적 담론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형벌의 보충성과 최후수단성의 원칙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약 5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1,350개 부스 중 1개 부스에서 소수의 인원이 확성기 없이 악기 연주와 구호 제창만으로 이루어졌고, 자발적으로 종료한 점 등을 종합할 때 피해자의 전시 업무를 제압하거나 방해할 만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이는 피고인들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 '허위사실 유포, 사기,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은 타인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며, 본 사례에서는 '위력'의 개념 해석이 핵심이었습니다.
'위력'의 의미: 대법원은 '위력'을 사람의 자유로운 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스럽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정의합니다. 이는 반드시 물리적인 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인원수, 주위 상황 등 무형적인 압력도 포함됩니다. 중요한 것은 행위 당시의 여러 사정(범행의 일시, 장소,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피해자의 의사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 판례에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피해자의 전시회 운영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할 정도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 헌법상 중요한 권리인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 형성 및 민주적 정치질서 유지에 필수적입니다. 특히 정부나 국가기관의 정책 등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은 폭넓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다만 다른 법익과의 관계에서 헌법상 한계가 있으므로, 다른 법익과의 면밀한 비교와 형량을 통해 그 보장 범위가 결정됩니다. 이 판례에서 대법원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민주적 담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형벌의 보충성과 최후수단성의 원칙을 함께 고려하여 업무방해죄의 '위력'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의 원칙: 형벌은 법익 보호를 위한 여러 수단 중 가장 강력한 것이므로, 다른 방법이나 수단으로는 법익을 보호하기 어려울 때 비로소 최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행위의 경우, 형사처벌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적용되었습니다.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비판적 표현 활동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폭넓게 보장될 수 있습니다. 시위나 의견 표명 시에는 비폭력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을 유지하고, 타인의 업무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행위의 시간, 장소, 방식, 참여 인원, 소음 정도, 실제 업무에 미친 영향 등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행사의 경우, 일반적인 소음이나 혼잡이 이미 존재하므로 소규모의 평화로운 시위가 업무방해의 '위력'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부나 국가기관의 정책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은 사적인 영역의 비판보다 더욱 폭넓은 표현의 자유가 인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