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 미성년 대상 성범죄 · 양육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별다른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정상적인 반항이 어려웠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현저한 나이 및 체격 차이,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피고인이 간음을 강행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위력에 의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간음당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피해자는 1991년 7월 26일생으로 사건 당시 만 15세 8개월 남짓의 키 164cm, 체중 48kg인 여자 청소년이었습니다. 피고인은 1979년 8월 20일생으로 사건 당시 만 27세 8개월 남짓의 신장 185cm, 체중 87kg인 남성이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바지를 벗기려고 하자 피해자는 ‘안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하지 마세요’라고 계속해서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괜찮다’,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자신의 몸으로 피해자를 누르면서 간음했습니다. 피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처음 만난 피고인과 나이, 키, 체중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는 피고인과 단둘이 모텔방에 있게 된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압도당하여 정상적인 반항을 하기가 어려웠다고 진술했습니다.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강간등)죄에서 ‘위력’의 개념과 그 판단 기준에 대한 원심의 법리 오해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반항 여부와 가해자의 유형력 행사 정도를 판단할 때, 단순한 물리력 행사 외에 주변 상황과 피해자의 취약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 판결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위력’의 의미를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단순히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가해자의 지위, 나이, 체격 차이, 피해자의 취약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이 있었다면 ‘위력’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청소년 성보호에 대한 사법부의 엄정한 태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로 평가됩니다.
본 사건은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강간등)죄에 해당하며 이 법률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여자 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청소년에 대하여 추행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며 유형적인 폭행·협박뿐만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무형적인 형태도 포함한다고 보았습니다.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한 것인지 여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현저한 나이, 키, 체중 차이,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피고인이 바지를 벗기고 몸으로 누르며 간음한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압도당하여 정상적인 반항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폭력이 없었더라도 피해자의 심리적 위축 상태와 저항 곤란이 ‘위력’의 중요한 판단 요소임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명확하고 자발적인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거부 의사가 명확히 표현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명확한 동의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성관계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나이, 체격, 사회적 지위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 그 자체로 상대방에게 위력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특히 청소년과 성인 사이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더욱 크게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음주 상태에 있는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더욱 신중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저항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면 즉시 중단해야 하며 침묵이나 소극적인 태도를 동의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성범죄 피해 발생 시 당사자의 나이와 신체적 조건, 주변 환경, 관계의 특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력 행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게 되므로 단순히 물리적인 폭행이 없었다고 해서 위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