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피고인이 인터넷의 '단기 고액 알바' 광고를 보고 성명불상자로부터 법인 계좌 개설 시 대가를 받기로 약속한 후, 실제 법인 명의의 계좌 두 개를 개설하고 통장, 비밀번호, OTP를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한 사건입니다. 이로 인해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은 2022년 4월경 인터넷 사이트 B에 게시된 '단기 고액 알바, 하루에 20~30만 원 보장'이라는 광고를 보고 연락하여 성명불상자로부터 법인 계좌 개설 시 1개당 2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이 제안을 수락한 후, 2022년 4월경 대구 수성구 C에서 성명불상자로부터 받은 서류를 이용해 주식회사 EF 계좌를 개설하고 그 통장, 비밀번호, OTP를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했습니다. 또한 2022년 5월경에는 대구 북구 G은행 H지점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주식회사 J의 계좌를 개설한 후 그 통장, 비밀번호, OTP를 퀵서비스를 통해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대여'에 해당하여 피고인이 기소된 상황입니다.
대가를 약속받고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후 그 통장, 비밀번호, OTP 등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대여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그에 따른 처벌 수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벌금 1,000,000원을 선고했습니다. 만약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하고, 위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행이 다른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커서 가볍게 다룰 수 없으며, 피고인이 대여한 접근매체가 실제 사기 범죄에 이용된 점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이전에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범행에 대한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관련 사기 범죄로 인한 피해액이 크지 않은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없는 점, 그리고 이 사건 범행이 이전에 확정된 사기죄 등과 형법상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벌금 1,000,000원을 선고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에 적용된 주요 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접근매체의 대여 등 금지) 이 조항은 누구든지 대가를 주고받거나 대가를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빌리거나 빌려주는 행위, 또는 이를 보관, 전달, 유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접근매체'는 전자금융거래를 하는 데 사용되는 수단으로, 통장, 카드, 비밀번호, OTP 등이 포함됩니다. 피고인이 '단기 고액 알바'라는 명목으로 계좌 개설 시 1개당 20만 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법인 명의 계좌의 통장, 비밀번호, OTP 등 접근매체를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한 것은 대가를 약속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2.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벌칙) 위 제6조 제3항 제2호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접근매체 대여 행위는 이 조항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됩니다.
3.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경합범은 하나의 판결로 여러 죄를 동시에 처벌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특히 '후단 경합범'은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사기죄 등 집행유예 선고)가 있는데, 그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다른 죄(이 사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를 저지른 경우에 적용됩니다. 법원은 이 두 죄를 동시에 판결할 때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형을 정하게 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행은 사기죄 등으로 집행유예가 확정되기 전에 발생했으므로, 재판부는 형법 제37조 후단을 적용하여 기존 죄와 이번 죄에 대한 형벌의 균형을 맞추어 양형을 결정했습니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단기 고액 알바', '고수익 보장', '통장 대여', '법인 계좌 개설 시 대가 지급' 등의 광고는 보이스피싱, 사기, 불법 도박 등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대가를 약속받고 통장, 카드, 비밀번호,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넘겨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인의 사업 목적과 무관하게 타인의 지시에 따라 법인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넘겨주는 행위 역시 접근매체 대여에 해당하며,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벌금형에 그치지 않고 사기 방조 등 다른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설령 자신이 범죄에 이용될 줄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통상적인 사회생활 경험상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했다면 고의가 인정되어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