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 사건은 골프장과 주거휴양단지를 함께 개발한 회사가 택지 구매자들에게 골프장 부킹 및 그린피 할인 혜택을 제공한 것에 대해 경상북도지사가 시정명령을 내렸다가 절차상 이유 등으로 이를 취소한 후, 택지 소유자들이 주지사가 해당 골프장의 등록을 취소하거나 다시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며 제기한 소송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주지사에게 등록취소나 시정명령을 요구할 법률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없다고 판단하여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참가인 회사는 전원마을 조성과 함께 대중골프장을 개설하고, 택지 분양 계약과 동시에 월별 주말 부킹 보장, 저렴한 그린피, 동반자 할인 등 골프장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부대시설 이용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경상북도지사는 2021년 11월 9일 이러한 혜택 제공이 체육시설법 위반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시정명령은 절차상 미비 등으로 취소되었다가 2022년 6월 23일 다시 동일한 취지로 재명령되었습니다. 한편, 대구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그린피 할인 혜택'은 개정된 체육시설법상 금지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조정권고를 하였고, 피고는 이에 따라 시정명령을 직권 취소했습니다. 그러자 택지 소유자들은 참가인이 유사 회원권을 판매하여 체육시설법을 위반했다며 경상북도지사에게 골프장 등록 취소 또는 추가 시정명령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주지사는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회신했고, 이에 택지 소유자들이 주지사가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택지 소유자들이 행정기관인 경상북도지사에게 골프장의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나 시정명령을 요구할 수 있는 법률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원고적격)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행정기관이 특정 사안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행정소송법상 '위법한 부작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에게 체육시설법상 등록취소 및 시정명령을 구할 법률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없으며, 부작위의 위법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도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이는 소송의 본안 내용을 심리하기 전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체육시설법이 시·도지사에게 시정명령이나 등록취소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지, 그러한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할 의무를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에게 특정 행정처분을 촉구할 법률상·조리상 권리가 부여된다고 볼 수 없으며, 설령 원고들이 손해를 입었다 해도 이는 계약 당사자인 골프장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문제이지, 행정기관의 부작위에 대한 위법확인 소송으로 해결할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행정소송법 제4조 제3호 (부작위위법확인의 소): 행정청이 당사자의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에 기한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응답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송입니다. 이때, 신청을 한 자는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어야 하며, 행정청에 특정 처분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체육시설법) 제30조 및 제32조: 이 법률 조항들은 시·도지사,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체육시설업자의 위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거나 등록취소,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행정청에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청의 '재량'으로 해당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국민이 직접 행정청에 특정 조치를 강제할 법률상·조리상 권리를 부여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두11455 판결 등): 행정소송에서 부작위위법확인의 소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원고에게 처분을 신청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고, 부작위의 위법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하고 있습니다. 이는 행정기관의 모든 부작위가 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응답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만 해당함을 의미합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서 행정기관의 조치를 구하고자 할 때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행정기관이 해당 조치를 취할 '법률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있는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행정기관에 권한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그에 대한 조치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둘째, 시민으로서 특정 행정처분을 요청할 '법률상 권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법률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일반적인 민원은 행정기관의 재량에 맡겨지므로, 이에 대한 부작위를 위법하다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문제가 발생한 원인 행위(예: 계약 위반)가 행정법상 다툴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니면 계약 당사자 간의 민사적 다툼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계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은 행정기관의 개입 여부와 별개로 계약 상대방을 상대로 민사상 청구를 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