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주식회사 A는 피고 B 주식회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미분양 오피스텔을 매각하는 중개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1차 용역비를 지급받았습니다. 그러나 2차 용역비 약 29억 원의 지급을 요청하자, B는 계약상의 특정 조건(D 주식회사가 B와 E 주식회사로부터 받을 채권을 모두 회수하는 것)이 아직 성취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A는 이 조건이 불확정기한이거나, 정지조건이라 하더라도 피고의 기망 또는 불능조건에 해당하여 2차 용역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해당 조건이 정지조건에 해당하며, 그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피고 B 주식회사가 진행하는 오피스텔 사업의 미분양 물량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매각하는 중개 및 컨설팅 용역을 제공했습니다. 이 용역 계약에 따라 B는 A에게 1차 용역비로 2020년 7월 24일 1,811,374,400원, 2020년 9월 4일 86,204,800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2차 용역비 2,922,905,546원은 'D 주식회사가 B와 E 주식회사로부터 지급받을 채권 회수를 완료할 때'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A가 2022년 9월 경 2차 용역비 지급을 요청했으나 B는 D의 채권 회수가 완료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A는 해당 조건의 성격을 문제 삼아 2차 용역비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중개컨설팅 계약에 명시된 2차 용역비 지급 조건(D 주식회사가 B 주식회사와 E 주식회사로부터 받을 채권을 모두 회수 완료하는 시점)이 정지조건인지 아니면 불확정기한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만약 정지조건이라면 그 조건이 성취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B 주식회사가 원고 A 주식회사를 기망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해당 조건이 민법 제151조 제3항에 따른 불능조건에 해당하여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의 피고 B 주식회사에 대한 2차 용역비 지급 청구를 포함한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중개컨설팅 계약상의 2차 용역비 지급 조건이 자금 집행의 우선순위를 정한 '정지조건'으로 판단했습니다. D 주식회사가 B 주식회사와 E 주식회사로부터 잔여 공사비 및 대여금 채권을 모두 회수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원고의 2차 용역비 청구는 이유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원고를 기망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해당 조건이 처음부터 불가능한 '불능조건'이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여 불법행위와 부당이득 반환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계약의 '부관' 중 특히 '정지조건'과 '불확정기한'의 구분에 대한 법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민법 제151조 제3항은 '조건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인 때에는 그 조건만이 무효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행위 전체가 무효로 된다. 다만, 불법조건의 경우는 무효로 되고 불능조건인 때에는 해제조건이면 조건 없는 법률행위가 되고 정지조건이면 그 법률행위는 무효이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이러한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의 경우,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면 '조건'으로,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는 물론이고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면 '불확정기한'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는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 보아 그 사실이 발생한 때 또는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 기한이 도래한다고 판단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계약 체결 동기, 당사자들의 의사, 자금 집행의 우선순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조건이 '정지조건'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며,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2차 용역비 지급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계약 체결 시 불확실한 사실에 대한 조건을 명시할 경우, 해당 조건이 '정지조건'인지 '불확정기한'인지에 따라 법적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지조건은 그 사실이 발생해야만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이행기가 도래하지만, 불확정기한은 그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면 이행기가 도래합니다. 특히 채무 변제와 관련하여 특정 사실을 부관으로 삼을 경우, 이는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 보아 그 사실이 발생하거나 불가능하게 확정된 때에 기한이 도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 계약 체결의 동기 및 경위, 법률행위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건의 성격을 판단하므로, 계약서에 조건을 명확하게 기재하고 그 의미에 대해 당사자 간 충분한 협의와 이해를 거쳐야 추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자금 집행의 우선순위가 복잡하게 얽힌 계약에서는 각 당사자의 채권 회수 순서와 조건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정 채권의 회수 여부가 다른 채권의 지급 조건이 될 경우 그 회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특정 조건이 불가능한 조건으로 판단될 경우 민법 제151조 제3항에 따라 법률행위가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설정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