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류/처분/집행 · 사기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직접 수거하는 역할을 하다가 사기 또는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대면 면접 없이 현금 수거 업무를 시작했고, 대화 기록 삭제, 가명 사용, 서류 장갑 착용 등의 수상한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이 북한이탈주민으로서 대한민국 사회의 금융 시스템 및 범죄 인식 수준이 일반인과 다를 수 있다는 점, 스스로 채권추심 업무를 한다고 믿었을 가능성, 당시 보이스피싱 수법이 변화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속여서 재물을 가로챌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신청도 모두 각하되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사기관, 은행 직원,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접근하거나 기존 대출을 위반했다며 상환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1년 10월 초순경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현금을 수거하여 무통장 송금해주면 건당 2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피고인은 조직원으로부터 '일부 불법적인 일인 것은 맞다', '기록에 남지 않게 대포폰을 이용하지 말고 택시를 이용하라', '대화 내용을 모두 삭제하라', '가명을 사용하고 금융기관 명의 문서를 출력하여 전달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공모에 따라 피고인 A는 다음과 같은 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 즉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피고인의 사회적 배경(북한이탈주민으로서의 국내 정착 및 금융·경제 인식 수준)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점이 범의 판단에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피고인 A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배상신청인 B와 C의 신청은 모두 각하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상한 정황 속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북한이탈주민으로서 국내 금융·경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수 있고, 스스로는 부실채권 회수 또는 대출 업무를 하는 것으로 믿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당시 보이스피싱 수법의 변화로 인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의 일환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받은 수당이 현저히 과도하지 않았고, 수금 업무 기간이 짧았던 점 등을 고려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배상신청인들의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각하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형법상 사기죄(제347조)와 사기미수죄(제352조)의 성립 여부가 핵심입니다.
사기죄 (형법 제347조): 사람을 기망(속이는 행위)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에게 사람을 속여 재물을 가로채려는 의도, 즉 '편취의 범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재물을 취득하거나 취득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기미수죄 (형법 제352조): 사기죄의 실행에 착수했으나 재물을 취득하지 못해 미수에 그친 경우에 성립합니다. 피고인 A가 피해자 G로부터 돈을 받으려다가 체포된 사례가 이에 해당합니다.
공범 (형법 제30조):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함께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했으므로 공범으로 기소되었습니다. 공범으로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공동의 범행을 하려는 의사(공동가공의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 범죄에 가담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미필적 고의: 직접적인 의도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행위로 인해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받아들임)한 경우에도 범죄의 '고의'가 있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연루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했습니다.
무죄판결 (형사소송법 제325조): 재판부는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형사재판에서는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해야 하며, 만약 증명이 부족하면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도록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In dubio pro reo')이 적용됩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의 범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배상명령 신청 각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 배상명령은 유죄 판결이 선고될 때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 법원이 함께 배상을 명하는 제도입니다.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 범죄 행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해자의 배상 신청은 '각하'되어 법원에서 직접 처리되지 않고,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비정상적인 고수익 일자리 제안에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대면 면접 없이 채용이 이루어지거나, 업무 내용이 불분명하고 수상한 지시(예: 현금 전달, 대화 내용 삭제, 가명 사용, 대포폰 사용 지시, 장갑 착용 지시 등)를 포함한다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금융기관은 대출 상환금이나 예치금을 직접 만나 현금으로 요구하지 않습니다. 만약 금융기관 직원이나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현금을 직접 전달하라고 한다면 100% 보이스피싱이므로 즉시 거절하고 전화를 끊어야 합니다. 정식 금융 거래는 반드시 은행 창구나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지며, 의심스러운 문자 메시지나 전화는 금융기관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알려주는 번호가 아닌, 금융기관 홈페이지 등에 기재된 공식 번호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친구나 지인이 하는 업무가 보이스피싱과 비슷하다는 의심을 표현할 때, 이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진지하게 위험성을 고민하고 해당 업무를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쉬운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검증되지 않은 업무에 참여하면 자기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어떠한 직업이라도 업무 내용과 채용 과정의 정당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북한이탈주민과 같이 국내 금융 및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는 분들은 수상한 제안이나 업무를 접했을 때 주변의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이나 북한이탈주민 지원 기관 등 전문가에게 반드시 문의하여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