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환자 A가 두통과 발열 등 수막염 의심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했으나, 의료진의 진단 및 처치가 지연되어 내인성 안내염이 발생하여 시력 저하 장애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제1심에서는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이 있었으나, 항소심에서는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시력 저하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환자 A는 2015년 4월 23일 심한 두통과 발열 등 세균성 뇌수막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을 보이며 K병원에 내원했습니다. 이전 병원에서는 이미 수막염 의증으로 진료 의뢰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K병원 의사 피고 F은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수막염을 배제하는 진단을 내렸고, 피고 G 또한 환자의 지속적인 발열, 두통, 오심 증상에도 뇌척수액 검사나 신경외과 협진, 상급병원 전원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세균성 수막염에 대한 처치가 약 2~3일가량 지연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의료 과실로 인해 환자 A에게 내인성 안내염이 발생하여 양쪽 눈의 시력 저하 장애를 입게 되었고, 이에 피고들(K병원 운영 대표자 E 포함)에게 총 약 4억 2천만 원 상당의 재산적·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의료진이 환자 A의 수막염 의심 증상에 대해 적절한 진단 및 처치를 지연시킨 의료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 그리고 그 의료상 과실과 환자 A에게 발생한 내인성 안내염으로 인한 시력 저하 장애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병원 운영 대표자의 관리감독 소홀 과실 인정 여부도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 E와 F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피고 E, F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의 항소 또한 모두 기각되어 최종적으로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료진의 세균성 뇌수막염 처치 지연 과실 자체는 인정될 수 있으나, 해당 지연이 환자 A에게 발생한 내인성 안내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내인성 안내염의 발생 원인 및 진행 경과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종합할 때, 치료 지연과 시력 저하 장애 발생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이며, 주로 의료인의 주의의무와 손해배상책임 발생의 인과관계 입증에 관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의료인의 주의의무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책임의 법리 적용)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가집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으며, 통상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F과 G은 수막염 의심 증상이 있었음에도 뇌척수액 검사를 지연하는 등 진단 및 처치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진단상의 주의의무 진단은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입니다. 따라서 의사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 윤리, 의학 지식 및 경험에 터 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를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의료진이 수막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에도 뇌척수액 검사를 하지 않은 점이 진단상의 주의의무 위반 가능성과 관련하여 논의되었습니다.
손해배상책임 발생의 인과관계 입증 (민사소송법상 증명책임) 환자가 의료행위를 한 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려면, 원칙적으로 환자 측에서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 손해의 발생, 그리고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를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의료진의 처치 지연 과실은 인정될 수 있으나, 그 과실이 원고 A의 내인성 안내염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내인성 안내염이 뇌수막염 치료 종결 이후 발병한 점, 소변에서 칸디다균이 검출되어 다른 원인균 가능성이 있는 점, 뇌수막염에 의한 이차적 내인성 안내염이 매우 드물다는 의학적 소견 등을 근거로 인과관계를 부정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20조 (환송 후 심리) 이 조항은 상고법원에서 사건을 파기환송한 경우 원심법원이 따라야 할 심리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항소심이 제1심 판결의 이유를 인용할 때 사용되었습니다. 즉, 제1심 판결문의 내용을 별도로 다시 적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항소심은 제1심 판결 이유 중 일부를 고치거나 추가한 후, 해당 조항에 따라 제1심 판결 이유를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의료상 과실 여부를 판단할 때는 해당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료 수준과 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 이행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진단상의 과실은 문진, 시진, 촉진, 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환자를 신중히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했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원고 측에서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 손해의 발생, 그리고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의료상 과실은 인정될 수 있어도 손해 발생과의 인과관계 입증이 부족하면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특히, 드문 합병증의 경우 특정 의료 과실로 인해 발생했음을 의학적으로 명확히 증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환자의 모든 의무기록, 검사 결과, 치료 경과 등 의학적 증거와 전문가 감정 소견이 인과관계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