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은 지역과 삶의 공동체를 의미하며 농업은 경제 및 산업 활동에 해당합니다. 농촌이 붕괴되면 농업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게 되며, 반대로 농업이 쇠퇴할 경우 농촌 공동체 역시 약화된다는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의 명확한 임무는 농업뿐 아니라 농촌 지역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습니다.
정부조직법 제37조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농촌 진흥 전반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도록 설립되었지만, 사실상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대부분 농업 생산 기술 개발 및 지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은 농업 현안 해결 방안들―작목별 기계화 촉진, 병해충 방제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신품종 개발과 AI 기반 영농 기술 역시 농업 기술 강화에 직결된 분야입니다.
최근 통계 자료를 보면 전체 농가 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 가구 이하로 감소하면서 농촌 인구 감소가 심각해졌습니다. 지방 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 비율이 70%~80%에 이르고 지역 내 총생산도 수도권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농촌경제의 침체가 명백히 드러납니다. 생활 인프라 조차 붕괴되는 상황에서 농촌진흥청의 현재 사업은 농촌 공동체의 유지나 활성화에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은 농업과 농촌 진흥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농업 성과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농촌 진흥에 관한 성과 측정이 불명확하고 장기적 구조적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농촌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않고 단지 농업 기술 개발에만 집중한다면 그 노력은 농촌 소멸이라는 근본 문제를 방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농촌 소멸 위험은 단순히 농업 문제를 넘어 지역 공동체와 삶의 질, 경제 전반의 위기를 내포합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조직 개편과 함께 농업과 농촌 진흥을 아우르는 통합적 사업 추진 전략 수립이 요구됩니다. 농촌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되어야 농업도 건강하게 존속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농촌 진흥 분야에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만 농촌 공동체가 소멸하지 않고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