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실은 의원들이 제출하는 법안 의뢰를 실제 입안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현재까지 총 2만931건에 달하는 법안 의뢰가 접수되었는데, 이를 처리하는 법제실 입안 담당 직원 수는 57명에 불과하여 한 직원당 연평균 약 251.8건의 법안을 작성하는 실정입니다. 이는 과거 국회들과 비교하여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입법 업무가 과중하여 법안의 질적 완성도가 저하될 우려가 상존합니다.
현재 국회는 정쟁용 법안과 표면적 이슈 입법, 폄하할 수 없는 민생법안 간 혼재 상황이며, 정치 양극화 현상과 의원 의정 평가 지표에 법안 발의 실적이 포함돼 있어 단순히 치적 홍보용으로 법안을 빈번히 쪼개어 제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른바 '렉카 입법'과 동일한 내용이 중복되거나 이슈에 편승하는 단발성 입법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컨다 계엄법 개정안이 60여 건에 달하며, 가상자산 범죄 대응도 여야별 개별 법안 진입이 난무하였으나 결국 통합안을 마련하지 못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서 가결된 법안은 약 901건에 그쳐 제출된 법안 대비 극히 소수만이 입법화되었습니다. 경제 관련 법안 역시 감소 추세이며 여야 간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과 정치적 대립으로 법안 심의 및 처리에 상당한 장애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민주적 정책 결정 과정의 숙의성을 저해하며 민생 현안 입법을 지연시키는 요소가 됩니다.
법안의 양적 증가를 단순히 부정하는 대신 법제실 인력 확충을 통한 입법 품질 제고가 필요합니다. 법제실 직원 정원 미충족과 높은 업무강도는 법안 완성도 하락과 직결되므로 국회 운영 예산을 증대하여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의원 의정 평가는 단순 발의 건수 대신 숙의 과정 및 본회의 처리율, 유권자 의견 수렴 정도를 포함하는 정성 평가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통해 입법의 실효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국회 입법 과정은 단순한 법안 숫자 경쟁이 아닌 민주적 합의 형성과 국민을 위한 정책 구현의 수단임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념과 당리당략을 넘어서는 책임 있는 입법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국민 신뢰 회복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법률 전문가 및 관련 기관은 이와 같은 제도적 보완과 함께 국회 내외의 협력적 환경 조성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