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7월 1일 밤 서울 시청역 부근 일방통행 도로에서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참사는 9명의 사망자와 5명의 부상자를 낸 대형 인명사고입니다. 운전자 차씨(69)는 역주행 중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치고 이어 차로에 있던 차량들을 충격하는 등 일련의 사고를 야기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등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차씨의 행위를 하나의 운전행위로 볼 것인지 아니면 별개의 여러 운전행위에 따른 독립적 범죄로 판단할 것인지에 관한 점이었습니다. 법리적으로는 "상상적 경합"과 "실체적 경합"의 구분이 핵심입니다.
상상적 경합: 여러 개의 죄가 하나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경우, 법원이 여러 죄 중 가장 무거운 죄의 형으로 처벌하는 방식입니다. 즉 형량이 누적되지 않고 가장 중한 것만 산정됩니다.
실체적 경합: 여러 개의 독립된 범죄가 별개의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각각의 죄에 대해 별도로 형을 선고하며 결과적으로 누적 형량이 늘어납니다.
이 사건 1심 법원은 실체적 경합을 인정하여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은 상상적 경합을 인정해 금고 5년으로 감경하였고 대법원 역시 이를 확정하였습니다.
금고형은 자유형의 일종으로 교도소에서 자유를 박탈하지만 징역과 달리 노역형을 부과하지 않는 형벌입니다. 교통사고 사망 등의 중대한 범죄에 선고되는 경우가 많으며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반영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차씨 측은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1심과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역시 별도의 급발진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형량을 확정했습니다.
운전 중 연속된 여러 사고가 하나의 운전 행위라고 인정되면 상상적 경합으로 본다는 점.
사망자 및 부상자가 다수 발생한 교통사고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책정되는 형량은 사회적 책임을 반영해 무겁게 산정되는 경향이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급발진 등 기계적 결함 주장 시에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요구되며, 단순 주장만으로 형량 감경은 어려움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교통사고로 인한 중대한 인명 피해 사건에 있어 법적 해석의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사고 현장의 구체적 상황이나 행위자의 운전 행위 전체를 포괄적으로 평가해 상상적 경합 관계를 인정함으로써 현실적 처벌의 적정성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 운전자와 법률 실무진 모두 사고 발생 시 다사다난한 법적 판단 기준을 이해하고 운전 중 발생 가능한 법적 책임에 대해 깊이 있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