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주식회사 A는 자사의 'C' 특허발명의 특허권자로서 B 주식회사가 제조·판매하는 디스플레이용 전원 제품이 해당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2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특히 특허발명의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인 '절연 리브'의 해석 및 피고 제품에서의 존재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원고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 역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제품이 자사 특허발명의 '절연 리브' 등 모든 구성요소를 동일하거나 균등하게 포함하여 특허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절연 리브'가 절연물질로 만들어진 플랜지에서 돌출된 리브를 의미하며 연면 거리 확보는 여러 효과 중 하나일 뿐 필수 기능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 제품에 존재하는 돌기가 연면 거리를 연장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피고 제품이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하지 않아 보호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피고는 '절연 리브'가 연면 거리를 연장하는 기능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원고 역시 과거 특허 관련 사건에서 그렇게 주장하여 유리한 판결을 받았으므로 '금반언 원칙'에 따라 이전 주장을 번복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 제품의 돌기는 실제 연면 거리를 연장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의 디스플레이용 전원 제품에 포함된 트랜스포머가 원고의 'C' 특허발명, 특히 '절연 리브' 구성요소를 문언적으로 또는 균등하게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절연 리브'의 기능적 해석과 피고 제품의 실제 구조 및 기능적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 핵심 쟁점입니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피고의 제품이 원고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절연 리브' 구성요소에 대한 주장과 달리, 특허발명 명세서의 상세한 설명과 도면을 종합하여 '절연 리브'를 '코일 간 연면 거리를 늘려 절연성을 확보하고 플랜지부의 강성을 보강하는 리브'로 해석했습니다. 피고 실시제품의 시험성적서 등을 검토한 결과, 피고 제품의 돌기는 이러한 연면 거리 연장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따라서 특허발명의 '절연 리브'와 동일하거나 균등한 구성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특허발명의 보호범위 (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4후1564 판결 등): 특허발명의 청구항이 여러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경우, 각 구성요소가 독립적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 기술사상이 보호됩니다. 따라서 침해를 주장하는 제품(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청구항에 기재된 필수 구성요소 중 일부를 갖추지 못했다면, 원칙적으로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습니다.
특허청구범위의 해석 원칙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7다45876 판결 등):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를 정하기 위해서는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문언의 의미를 해석해야 합니다. 이때 문언의 일반적인 의미를 기본으로 하되, 발명의 상세한 설명과 도면 등을 함께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만약 특허청구범위의 문언만으로는 기술적 구성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면, 명세서의 다른 기재나 도면을 보충적으로 활용하여 기술적 구성을 확정해야 합니다.
금반언 원칙 (민사소송법상 신의칙): 민사소송법은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소송을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근거한 '금반언 원칙(doctrine of judicial estoppel)'은 이전에 특정 주장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유리한 판단을 받았던 당사자가 이후의 소송에서 그와 모순되는 주장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원칙입니다. 이는 소송 당사자 간의 신뢰와 소송 절차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연면 거리(Creepage Distance)의 개념: 이 사건 특허발명이 속하는 기술 분야에서는 '절연 물질의 표면을 따라 측정한 두 도전부 사이의 최단 거리'로 정의됩니다. '공간 거리(Clearance)'는 '두 도전부 사이의 공간에서의 최단 거리'를 의미합니다. 연면 거리는 전기 제품에서 트래킹 현상(오염물질로 인한 전류 흐름)을 방지하여 절연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법원은 이 '최단 거리'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여러 종류의 연면 거리가 존재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