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피고인 A씨는 2020년 12월경 성명불상자로부터 '마이너스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을 위해 거래내역을 만들어야 한다. 카드를 보내주면 입출금을 반복하여 거래내역을 만든 후 대출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에 응한 A씨는 본인 명의의 은행 체크카드 3장과 해당 계좌들의 비밀번호를 성명불상자가 지정한 곳으로 발송하여 대가를 약속하고 금융기관의 접근매체를 대여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 A씨는 2,100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알아보던 중, 성명불상자로부터 '마이너스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성명불상자는 대출을 받기 위해 거래내역을 만들어야 한다며 A씨 명의의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요구했고, A씨는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속아 체크카드 3장과 비밀번호를 넘겨주었습니다. 이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대여에 해당되어 법적 문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무형의 기대이익을 대가로 약속하고 체크카드를 대여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즉, 전자금융거래법상 '대가'의 범위에 무형의 기대이익이 포함되는지 여부와 피고인에게 접근매체 대여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가 주된 판단 대상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벌금 3,000,000원에 처하고,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하며,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전자금융거래법상 '대가'에는 금전 등 유형적 이익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받을 기회와 같은 무형적인 경제적 이익도 포함된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피고인은 이미 2,100만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웠고,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비정상적인 대출 방식을 인지했음에도 대출이라는 기대이익을 대가로 약속하며 체크카드를 대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대여 금지 조항과 관련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접근매체 대여 등의 금지) 이 조항은 누구든지 대가를 주고받거나 약속하면서 통장,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금융 접근매체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빌려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가'는 꼭 돈이나 물건처럼 눈에 보이는 이익(유형적 이익)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이익(무형적 이익)도 '대가'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 이러한 무형적 대가로 판단되어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벌칙) 제6조 제3항 제2호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대여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피고인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직접적인 법적 근거가 되는 조항입니다.
형법 제40조 (상상적 경합) 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해진 형으로 처벌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여러 개의 체크카드를 대여한 행위를 하나의 행위로 보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 하나로 처벌한 것이 이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통장, 체크카드,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등 금융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넘겨주거나 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출을 받으려면 거래내역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신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접근매체를 요구하는 경우, 이는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등 범죄와 연관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대출은 반드시 정식 금융기관을 통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불분명한 경로로 접근매체 제공을 요구하는 제안은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금융 접근매체를 넘겨주는 행위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스피싱 등 조직적인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