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 노동
피고인 B는 공장 작업팀장으로서 소속 근로자들에게 삼본롤러밀 청소 작업을 지시했습니다. 이 작업은 회전하는 롤러에 손이 가까이 접근해야 하는 위험한 작업이었고, 피해자 D는 작업 중 왼손 장갑이 롤러에 끼어 약 12주 치료가 필요한 중증 부상을 입었습니다. 원심 법원은 피고인 B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5,000,000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피고인 B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시된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고,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공장에서 삼본롤러밀 청소 작업을 하던 근로자 D가 기계에 손이 말려 들어가 중증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 사고와 관련하여 작업팀장으로 일하던 피고인 B는 작업 지시 및 안전 조치 미흡으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되어 원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피고인 B는 자신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하지 않거나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항소하여, 최종적으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 B가 공장 작업팀장으로서 피해자의 안전을 감독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실제로 부담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 B가 만약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면, 이를 태만히 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부과하는 의무가 일반 근로자인 피고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항소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B가 공소사실에 적시된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근로계약서상 업무는 '생산'에 한정되어 있었고, '작업팀장'이라는 직책은 선임된 자에게 부여되는 것으로 작업기사와 업무 내용이 동일하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또한, 피고인 B 역시 피해자와 함께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사업주 N이 피고인에게 안전관리 업무를 위임했다는 증거도 없었습니다. 피해자 D의 진술도 '특정인이 작업을 지시한 것은 아니고, 피고인도 같이 일하였는데 나이가 많아 조금 더 살펴봐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취지였습니다. 법원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한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음을 명확히 하였으며, 특히 장갑 착용과 관련하여 해당 규칙이 장갑 착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없는 장갑을 사용하도록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독성 염료 취급이라는 작업 특성상 장갑 착용의 필요성도 인정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에게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사재판의 유죄 인정 원칙: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질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러한 확신에 이르지 못하면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등 참조)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2조 (롤러기 등에 의한 위험 방지): 이 규칙은 롤러기 등의 위험한 기계를 사용하는 경우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주가 '기계 운전 정지 후 작업', '적합한 안전도구 지급', '위험 방지 조치' 등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의무가 기본적으로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것이며, 피고인이 사업주로부터 안전관리 업무를 위임받았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근로자인 피고인에게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5조 (절단·베임·찔림 등 방지): 이 규칙은 '회전하는 물체에 작업자의 손이 말려 들어갈 위험이 있는 때에는 장갑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거나 손이 말려 들어갈 위험이 없는 장갑을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이 장갑 착용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손이 말려 들어갈 위험이 없는 장갑 사용을 독려하는 취지임을 명확히 하였고, 독성 염료 작업의 특성상 장갑 착용의 필요성도 고려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판결의 경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아 이 조항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직책과 실제 책임의 분리: 직책의 이름(예: 팀장)만으로 특정 개인이 안전 관리 등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자동으로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계약 내용, 실제 업무 지시 권한, 사업주로부터의 안전 관리 업무 위임 여부 등 실질적인 역할과 권한 범위에 따라 책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의 주체: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규는 대부분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따라서 사고 발생 시 개별 근로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해당 근로자에게 안전 관리 업무를 명확하게 위임하고 필요한 권한과 자원을 제공했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위험 작업 시 안전 수칙의 철저한 준수: 회전 기계 작업과 같이 위험성이 높은 작업에서는 '기계 정지 후 작업', '안전한 도구 사용', '적절한 보호 장비 착용 지시', '사고 발생 시 즉시 대응 인원 배치' 등 구체적인 안전 수칙을 마련하고 철저히 교육하며 감독해야 합니다. 이는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입니다.
작업 환경 및 보호 장비의 적절성 평가: 독성 물질 취급 등 작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장갑과 같은 보호 장비 착용이 필수적인 경우, 단순히 착용을 금지하기보다는 위험이 없는 종류의 장갑을 제공하거나 더 안전한 작업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호 장비 선택 시 작업 환경의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사고 발생 시 증거 확보의 중요성: 사고 발생 시 누가 어떠한 지시를 내렸는지, 안전 수칙은 무엇이었고 제대로 준수되었는지 등을 입증할 수 있는 근로계약서, 안전 교육 자료, 작업 지시서, 현장 사진, 목격자 진술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입증은 검사의 책임이므로,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