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 중인 기계에 손 끼임 산업재해 배상 판결

아스팔트 제품 제조 공장의 근로자가 작동 중인 기계의 이물질을 제거하려다 손가락 절단 등 중상을 입은 산업재해에 대해, 법원이 사업주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사건입니다. 다만 근로자 본인도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작동 중인 기계에 접근한 과실이 인정되어 사업주의 배상 책임이 60%로 제한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해 근로자 A 씨: 아스팔트 제품 제조 공장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를 당한 당사자
• 피해 근로자 A 씨의 가족들(배우자 B 씨, 자녀 C, D, E 씨): 사고로 인한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함
• 가해 사업주 주식회사 F: 아스팔트 제품 등 제조 및 도소매업을 하는 회사로, 근로자 A 씨의 사용자임

분쟁 상황

아스팔트 제품 제조 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A 씨는 2018년 4월 10일, 작동 중인 드라이링 지지로러 기계에 이물질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려 했습니다. 당시 기계의 전원을 끄고 작업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자, A 씨는 생산량 유지를 위해 기계를 멈추지 않은 채 작업하다가 끼고 있던 장갑이 기계에 말려들어가 우측 손가락이 심하게 으깨지고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에 A 씨와 그의 가족들은 사업주인 주식회사 F를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사업주 측은 안전조치를 다했거나, 근로자 A 씨의 과실이 크다고 주장하며 책임 범위에 대해 다퉜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 피고 회사(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기계 방호조치를 충분히 했는지, 그리고 기계의 이물질 제거 작업 시 운전 정지 등의 안전 수칙을 지켰는지 여부입니다.
2. 근로자의 과실 여부: 원고 A 씨(피해 근로자)가 작동 중인 위험한 기계에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접근하여 이물질을 제거하려 한 과실이 있는지, 있다면 그 과실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입니다.
3. 손해배상액의 산정: 사고로 인한 일실수입(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소득 손실), 향후 치료비, 기왕 개호비(사고 직후 돌봄 비용), 보조구 비용, 그리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의 산정 기준 및 기왕증(기존 질병) 고려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회사(사업주)가 원고 A 씨에게 164,210,426원, 원고 B 씨에게 3,000,000원, 원고 C, D, E 씨에게 각각 5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 비용은 피고 회사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피고 회사(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및 관련 규칙에 따른 방호장치 설치 의무와 기계 정비 시 운전 정지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고 발생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A 씨(피해 근로자) 또한 작동 중인 위험한 기계에 안전 수칙을 위반하고 작업을 강행한 과실이 인정되어,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60%(원고의 과실 비율 40%)로 제한했습니다. 또한, 원고 A 씨의 기존 손 부위 통증 치료 이력이 있었지만, 사고로 인한 현재의 심각한 장해는 전적으로 이 사고로 발생한 것이므로 기왕증은 손해배상액 산정에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산재보험으로 지급된 장해급여는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률과 원칙을 바탕으로 사업주의 책임을 판단했습니다.

1.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 제1호: 사업주는 기계, 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회사(사업주)는 작동 중인 기계에 대한 충분한 방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2.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7조 제1항: 사업주는 기계의 원동기, 회전축, 기어, 벨트, 체인 등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개, 울, 슬리브, 건널다리 등을 설치해야 합니다. 재판부는 피고가 돌아가는 기계의 위험한 부위에 덮개 등을 설치하는 방호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3.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1조: 기계 또는 방호장치의 결함이 발견된 경우 반드시 정비한 후에 근로자가 사용하도록 해야 하며,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는 사용을 금지해야 합니다. 또한 사업주는 일반 근로자에게 전문적인 정비를 맡길 것이 아니라 전문 기술자나 정비 직원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어야 했습니다.
4.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11조: 사업주는 원심기 또는 분쇄기 등으로부터 내용물을 꺼내거나 기계를 정비, 청소, 검사, 수리 등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는 경우에 그 기계의 운전을 정지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A 씨는 작동 중인 기계의 이물질을 제거하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이는 기계 운전을 정지하고 작업해야 하는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사업주의 관리 소홀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이러한 법령들은 사업주가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며, 이를 위반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업주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근거가 됩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만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업주의 안전 관리 의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기계설비에는 반드시 덮개, 울타리 등 방호장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또한 기계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정비, 청소, 수리 등 위험한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기계의 작동을 멈추고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작업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2. 근로자의 안전 수칙 준수 의무: 근로자 역시 작업 시 제공된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특히 작동 중인 기계에 신체 일부를 넣거나 위험한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행위는 본인의 과실로 인정되어 손해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임의로 대처하기보다는 즉시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조치해야 합니다.
3. 산업재해 손해배상 항목: 산업재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사고로 인한 소득 감소분(일실수입), 치료 및 재활에 필요한 비용(향후 치료비), 돌봄이 필요한 기간의 비용(기왕 개호비), 의수나 의족과 같은 보조구 비용,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으로 구성됩니다.
4. 산재보험 급여 공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보험급여(예: 장해급여)를 지급받은 경우, 해당 금액은 사업주로부터 받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5. 기왕증(기존 질병)과 손해배상: 사고 이전에 특정 부위에 질병이나 통증이 있었다 하더라도, 현재의 후유장해가 전적으로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기왕증은 손해배상액 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