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작업 중 감전 사고 책임 판결

한 데이터센터에서 전력 공급 장치(UPS) 배터리 관련 케이블 이설 작업을 하던 중 작업자가 감전되어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가 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A 주식회사와 그 관리자들이 작업 현장의 안전 조치 및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A 주식회사: 데이터센터 운영 및 사고 발생 공사 발주 회사
• B: A 주식회사 소속 데이터센터 설비 관리 총괄 책임자
• C: A 주식회사 소속 데이터센터 설비 관리 담당자
• D: UPS 유지·보수 전문업체이자 이 사건 공사의 수급업체 중 하나
• F: 이 사건 공사에 참여한 수급업체 중 하나
• 피해자: D 또는 F 소속으로 추정되는 근로자로, 이 사건 사고로 심각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가 됨

분쟁 상황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안정화에 필수적인 UPS 배터리 관련 케이블 이설 작업 중 잔류 전력으로 인해 작업자가 감전되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작업은 위험성이 높았으나 발주처인 데이터센터 운영사는 물론 현장 관리자들 역시 작업 전 충분한 안전 점검과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발생하자 운영사 및 관리자들은 자신들이 안전 관리의 총괄 책임이 없거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핵심 쟁점

주요 쟁점은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A 주식회사가 단순히 공사 발주자에 불과한지 아니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사업주'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A 주식회사 소속 관리자들(B, C)에게 작업 안전에 대한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은 사고 예견 불가능 및 업무상 과실 부재를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원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이 검사의 공소장 변경 허가로 인해 파기되었지만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기각되었습니다. 재판부는 A 주식회사에 벌금 700만 원, C에게 벌금 700만 원, B에게 벌금 300만 원을 각각 선고하고 각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A 주식회사가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사업주에 해당하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더라도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한 도급인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A 주식회사와 그 관리자들(B, C)에게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 조치 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는 주로 구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적용되었습니다.

1.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산업재해 예방 조치 의무): 이 조항은 사업의 일부를 도급하거나 전문 분야의 공사를 도급할 때 사업주에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도급 사업주가 작업의 전체적인 진행 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 있는 경우에 해당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2.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도급인의 책임 확대): 2020년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의 개념을 확대하고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건설공사발주자'를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하면서도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로 그 범위를 좁게 해석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여부가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사업의 주목적 수행에 필수적인 공사, 위험의 외주화에 해당하는 경우, 실질적 관리 권한이 있는 경우 등을 도급인 책임의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3.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상죄): '업무'란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 내용으로 하는 계속적인 사무를 의미하며 법령상 의무뿐 아니라 조리상 의무도 포함됩니다. 도급인이라 할지라도 법령에 구체적인 관리·감독 의무가 있거나 공사 시공을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된 사고 방지 안전 조치 의무가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A, B, C가 위와 같은 안전 조치 의무나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게 된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고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1. 도급인의 책임 범위 확대 인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책임 범위는 명칭이나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사업의 주목적과 관련되거나 실질적으로 사업장을 지배·관리하는 경우 광범위하게 인정됩니다. 특히 위험한 작업을 외부에 맡길 때 발주자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면제되지 않으므로 작업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지에 대한 실질적 판단이 중요합니다.
2. 필수적 안전 조치 이행: 전기 작업과 같이 고위험 작업 시에는 절연용 보호구 지급, 전원 차단 여부 확인, 잔류 전력 제거 등 기본적인 안전 조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이는 사업주 및 현장 관리자의 핵심 의무입니다.
3. 위험의 외주화 방지: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위험한 작업을 외부 업체에 맡길 경우 해당 작업에 대한 관리·감독 능력과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도급만 주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법적 책임 확대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4. 현장 관리자의 역할 중요성: 현장 책임자는 작업 일정 관리뿐 아니라 작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적절한 안전 조치가 이루어지는지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전기기사 등 전문 자격이 있다면 더욱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5. 미필적 고의 인정 가능성: 안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할 경우 직접적인 지시가 없었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