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수입 건초 공급업체인 원고 A가 주식회사 B에 건초를 공급하고 미지급 물품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던 중, B가 이미 채무초과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채권자인 피고 주식회사 인터피드에게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B의 이러한 행위가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기회를 침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취소 및 등기 말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B의 근저당권 설정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피고는 선의의 수익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원고 A는 2016년 2월부터 3월까지 주식회사 B에 합계 263,360,307원 상당의 수입 건초를 공급했습니다. B는 일부를 변제하고 178,360,306원의 미지급 물품대금이 남았고 2016년 4월 29일 채무변제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으며, 이후 추가 변제에도 불구하고 117,164,168원이 남아있었습니다. 한편, B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있었는데, 국민은행 근저당권이 말소된 후 2016년 1월 13일 신한은행과 채권최고액 1,662,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16년 4월 21일 B는 피고 인터피드와 새로운 물품거래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채권최고액 800,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원고는 B가 이미 채무초과 상태임에도 피고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자신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라며 해당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취소와 등기 말소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식회사 B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피고에게 부동산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인 원고의 채권 회수를 어렵게 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피고가 이러한 행위가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와 주식회사 B 사이에 2016년 4월 21일 체결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며, 피고는 주식회사 B에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파주등기소에 2016년 4월 21일 접수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주식회사 B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 당시 이미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더 많은 채무초과 상태였음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인 피고에게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것은 다른 채권자인 원고의 채권 회수를 방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주장한 '이전 담보의 대체' 또는 '사업 계속을 위한 담보 제공'이라는 주장은 증거 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피고가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했다는 '선의의 수익자' 주장 역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여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해당 등기의 말소를 명했습니다.
본 사건은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의 채권을 침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룬 채권자취소권(사해행위취소권)에 관한 내용입니다.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의 행사)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해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또한, 피고는 해당 근저당권 설정이 '사업 계속을 위한 담보 제공'에 해당하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신규자금의 융통 없이 단지 기존채무의 이행을 유예받기 위하여 자신의 채권자 중 한 사람에게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1045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근저당권 설정 등기 직후 더 이상 B에 물품을 공급한 내역이 없는 점, 채권최고액이 기존 미변제 물품대금채무를 포함한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점 등을 고려하여 사업 계속 추진을 위한 신규 자금 융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채무자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특정 채권자에게만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 기회를 박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법적으로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담보 설정이나 재산 처분 행위가 과거의 담보를 단순히 대체하는 경우, 즉 실질적으로 채무자의 재산 감소를 초래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해행위로 보지 않을 수 있지만, 이를 주장하려면 기존 담보와 새로운 담보 사이에 동일성이나 연속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채무자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물품 공급을 받기 위해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사해행위가 아닐 수 있으나, 이는 사업의 갱생을 위한 신규 자금 유입과 같은 실질적인 노력이 동반될 때만 인정됩니다. 단순히 기존 채무의 이행기를 유예받기 위한 담보 제공은 사해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채무자의 재산 처분 행위로 인해 이득을 본 사람(수익자)은 해당 행위가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했다는(선의) 주장을 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채무자나 수익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는 선의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 변동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여 채무자가 다른 채권자에게 재산을 은닉하거나 부당하게 처분하는 등의 사해행위를 저지르는 경우, 신속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여 자신의 채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