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 A가 장인 D의 부탁으로 자신의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한 주유소 및 운수업에 대해 세무서장이 부과한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납세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경정청구를 했으나 거부당하자, 거부처분 취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D이 실제 사업 운영자임을 인정하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원고 A는 2016년 초 장인 D의 부탁을 받아 자신의 명의로 'B주유소'(2016년 4월 1일 사업자등록, 2018년 8월 17일 직권폐업)와 'C운수'(2016년 8월 19일 사업자등록, 2019년 2월 21일 폐업)의 사업자등록을 했습니다. 실질적인 사업 운영은 D이 담당했고, 원고 A와 그의 배우자 E은 이 사업장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며 D로부터 매월 각 200만 원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이후 원고 A는 2020년 1월경, 이 사건 사업장의 실제 운영자는 D이므로 이미 신고된 각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피고 세무서장들에게 과세표준 및 세액을 0원으로 경정해달라는 취지의 경정청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세무서장들은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하는 통지를 하거나 별도로 결과를 통지하지 않는 방법으로 경정청구를 모두 거부했습니다(이 사건 각 거부처분). 이에 원고 A는 이 사건 각 거부처분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으나 2021년 5월 10일 모두 기각되자, 결국 법원에 이 사건 각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명의 대여 사업장의 경우, 납세의무자가 명의상 사업자인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사업을 지배·관리하고 이익을 귀속받는 자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원고 A가 이 사건 사업장의 실질적 운영자인지 아니면 단순히 명의를 빌려준 것인지 여부입니다. 이는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의 실질과세의 원칙 적용에 관한 문제입니다.
피고(세무서장)들이 원고 A에게 부과했던 종합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경정청구 거부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소송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D이 30여 년의 주유소 운영경력을 바탕으로 이 사건 사업장의 자금관리, 영업 및 거래관계, 세금납부 등 전반적인 운영에 직접 관여했으며, 운영으로 인한 수익 또한 D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반면 원고 A는 개업 당시 24세로 사업 운영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이나 지식이 없었으며, D로부터 매월 200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았을 뿐 특별한 이익을 취한 바 없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원고 명의로 작성된 사업자등록 신청서, 임대차계약서 등의 서류는 D이 원고 명의를 이용하여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이루어진 것일 뿐, 원고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운영했다고 단정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D이 이 사건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하였고, 그로 인한 거래 및 이익이 D에게 귀속되었다고 보아, 명의상 사업자인 원고 A에 대하여 이루어진 경정청구 거부처분은 실질과세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의 핵심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에 명시된 '실질과세의 원칙'입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
원칙의 해설: 이 조항은 세금을 부과할 때, 사업자등록증과 같은 형식적인 명의나 외관에만 얽매이지 않고, 실제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를 지배하고 관리하며 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하는 실질적인 주체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즉, 어떤 사업의 명의자가 따로 있지만 실제로 그 사업을 운영하고 이익을 얻는 사람이 다르다면, 명의자가 아닌 실제 운영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질적 귀속 주체 판단 기준: 법원은 명의 대여 사업장의 경우, 다음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누가 실질적인 납세의무자인지 판단합니다.
증명 책임: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관청(세무서)이 과세요건 사실(누가 납세의무자인지 등)을 증명할 책임이 원칙적으로 있습니다. 그러나 거래의 명의와 실질이 다르다고 납세자가 다투는 경우, 납세자는 본인이 실질적 사업자가 아님을 입증할 필요가 생깁니다. 이때 납세자는 법관으로 하여금 과세요건이 충족되었다는 데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하면 충분합니다. 만약 법관이 실질적인 귀속 주체가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면, 최종적인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과세관청이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만약 타인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어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했다면, 예상치 못한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명의대여자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사업 운영자가 아님을 주장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증거로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의상 서류(사업자등록증, 임대차계약서 등)가 본인 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위와 같은 실질적인 증거들을 통해 본인이 명의대여자에 불과하며 실제 사업 운영자가 아님을 입증할 수 있다면, 납세 의무를 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