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정수기 필터 교체, 점검, 수리 등 업무를 수행했던 서비스 기사들이, 회사와 용역위탁계약 및 서비스위탁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로 등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미지급 퇴직금, 연차수당, 주휴수당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근로 관계를 중시하여 기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회사에 미지급된 수당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주식회사 I는 정수기 제조 및 판매 회사로 용역기사들과 용역위탁계약을 맺어 정수기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2016년 12월 31일, 회사는 기존 용역위탁계약을 일괄 해지하고, 사업자등록을 한 기사들과 서비스위탁계약을 새로 체결했습니다. 이후 일부 용역기사들은 2017년에 퇴직금 청구 소송(제1선행소송)을 제기하여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고 승소했으며, 다른 용역기사들은 2018년에 주휴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청구 소송(제2선행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승소했습니다. 2020년 6월 1일부터 회사는 일부 원고들을 포함한 용역기사들과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원고들은 2018년 6월경부터 서비스위탁계약 및 근로계약 기간 동안 매달 수당을 지급받았으나, 미지급 퇴직금, 연차수당, 주휴수당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2017년부터는 개인사업자였다고 주장하며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2016년까지의 퇴직금 정산 및 부제소 합의가 유효하며, 연차 대체 휴무 등을 주장하며 미지급 수당 청구를 거부했습니다.
서비스 위탁 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정수기 서비스 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기존 용역위탁계약 해지 및 서비스위탁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루어진 '부제소 합의'의 유효성, 그리고 미지급 퇴직금, 연차수당, 주휴수당의 지급 의무 및 산정 방식 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지급된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수당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판결 선고일인 2022년 12월 21일까지는 연 6%, 2022년 12월 22일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됩니다. 또한, 피고의 부제소 합의 유효성 주장 및 임금채권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소송비용 중 1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근로 관계를 중시하여 비정규직 및 특수고용형태 근로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정당한 근로의 대가를 받을 권리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회사는 기사들에게 미지급된 퇴직금, 연차수당, 주휴수당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본 사건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계약의 형식이 고용, 도급, 위임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제공 관계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근로자성을 판단합니다. 대법원 판례(2021다221352 등)는 업무 내용 지정, 취업규칙 적용, 지휘·감독 여부, 근무시간·장소 구속 여부, 독립 사업 영위 가능성, 보수의 성격(기본급, 고정급, 소득세 원천징수), 계속성, 전속성, 사회보장제도 인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특히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들은 형식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등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고객 및 업무 배정, 결과 보고 등 사실상 전속적으로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점이 근로자성 인정의 주요 근거가 되었습니다. 퇴직금 지급 청구권 및 중간정산, 사전 포기 약정의 효력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34조 제1항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이 적용되었습니다. 퇴직금 지급 청구권은 근로관계 종료(퇴직) 시점에 발생하며,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의 퇴직금 중간정산은 법이 정한 특별한 사유에 한해서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입니다(대법원 2000다27671 판결 등 참조). 법원은 원고들이 퇴직금 명목의 돈을 수령하고 부제소 합의를 했음에도, 이후에도 계속 근로자로 근무했으며 중간정산으로 볼 근거가 없으므로 해당 부제소 합의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연차 유급휴가 및 연차수당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 제4항, 제5항에 따라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주어야 하며,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해서는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연차수당은 취업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다면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합니다(대법원 2018다239110 판결 등 참조). 연차 유급휴가 대체 사용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휴무시킬 수 있습니다. 서면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휴일이나 하계휴가를 연차휴가로 대체하는 것은 효력이 없습니다(대법원 2011다23149 판결 등 참조). 피고가 공휴일 및 하계휴가를 연차 대체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주휴수당은 유급주휴일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통상임금과 주휴일 근로시간, 월 평균 주휴일 수를 곱하여 산정됩니다. 임금채권 소멸시효는 근로기준법 제49조에 따라 3년이 적용되지만, 본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기간의 임금채권만을 청구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연손해금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제2항 및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 제18조 제3호에 따라 사용자가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이자입니다. 원칙적으로 연 20%의 지연이자가 적용되나,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그 존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기간에는 상법상 이율인 연 6%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퇴직금 및 연차수당 지급 기한은 근로기준법 제36조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에 따라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14일 이내에 임금 및 퇴직금 등 모든 금품을 지급해야 하며,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때부터 지체 책임이 발생합니다.
계약서의 명칭이 '위탁계약'이나 '도급계약'이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으로 일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업무 내용, 근무 방식, 소득 형태 등을 객관적으로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로자성 판단은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지휘·감독하는지, 근무시간 및 장소가 지정되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의 대가인지, 근무의 계속성 및 전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근로 관계가 계속되는 동안 퇴직금 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거나 최종 퇴직 시 발생할 퇴직금에 대해 사전에 '부제소 합의'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법이 정한 특별한 사유(주택 구입, 질병 등)가 있을 때만 가능하며 요건을 충족해야 유효합니다. 임금채권은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권리 발생 시점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은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며, 연차 유급휴가를 공휴일 등으로 대체하려면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