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원고 A 주식회사는 D 주식회사에 종이를 공급하며 수십억 원의 물품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D 주식회사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피고 주식회사 B가 보유하던 자신(D)의 주식 5,000만 원 상당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D 주식회사가 피고 B에 물품을 공급하여 발생한 채권과 주식매매대금 채무를 상계 처리했습니다. 원고 A는 이 주식매매계약이 채무초과 상태의 D 주식회사가 실질적 가치가 없는 주식을 매수하여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고, 기존 채무를 상계함으로써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를 줄이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D 주식회사가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채무초과 상태였고, 해당 계약이 실질적 가치가 없는 주식을 취득하며 채무를 늘리고 결국 채권을 상계하여 원고를 포함한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를 감소시키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주식매매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B에게 D 주식회사에 계약 취소 통지를 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14년부터 D 주식회사에 종이를 공급하며 거래 관계를 유지했고, 2023년 4월 1일 기준 D 주식회사에 약 23억 원 상당의 물품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23년 4월 1일 D 주식회사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피고 B 주식회사와 피고 B가 소유하던 D 주식 5,000만 원 상당을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D 주식회사가 피고 B에 물품을 공급하여 발생한 72,010,734원 상당의 물품대금 채권을 주식 매매대금 채무 5,000만 원과 상계 처리했습니다. 원고 A는 D 주식회사의 재정 상태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가치가 없는 주식을 매수하고 채무를 상계한 행위가 원고를 포함한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를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주식매매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는 주식매매계약이 정상적인 거래였고 사해행위가 아니며 자신은 선의였다고 주장했고, 원고 A의 소송이 제척기간 1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D 주식회사의 주식 매수 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D 주식회사의 채무초과 상태 여부, 피고 B의 악의 여부,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제척기간 도과 여부
법원은 D 주식회사가 2023년 4월 1일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실질적 가치가 없는 주식을 매수하며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고, 이후 이를 피고 B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과 상계함으로써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가 감소되었으므로, 해당 주식매매계약은 사해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피고 B의 악의는 추정되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 B의 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제척기간 항변도 원고가 사해행위를 알게 된 시점이 소송 제기 1년 전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기각되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판결의 주요 쟁점은 민법 제406조에 규정된 채권자취소권의 행사 요건과 범위에 관한 것입니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사해행위의 정의: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여 채권자 전체의 공동 담보를 부족하게 만들거나 이미 부족한 공동 담보를 더욱 부족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다27903 판결 등 참조)
채무초과 상태 판단 기준: 회사가 채무초과 상태인지 여부는 대차대조표 등 재무제표에 기재된 명목상의 부채 및 자산 총액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회사가 실제로 부담하는 채무 총액과 실질 가치로 평가한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실질적으로 재산적 가치가 없어 채권의 공동 담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재산은 적극재산에서 제외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본 사안에서 D 주식회사의 재무제표상 자산 중 대부분이 대손충당금으로 잡혀 실질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채무초과 상태가 인정되었습니다.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다18959 판결, 2012. 4. 12. 선고 2010다27847 판결 취지 참조)
사해의사 및 수익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재산 처분 행위를 한 경우,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하는 사해행위로 간주되며, 채무자(D 주식회사)의 사해의사 및 수익자(피고 B 주식회사)의 악의(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았다는 의사)가 추정됩니다. 따라서 수익자가 이러한 추정을 뒤집고 자신은 선의였다고 주장하려면 객관적인 증거로 이를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 B가 D 주식회사와 밀접한 관계인 투자자로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들어 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제척기간 기산점: 채권자취소권의 제척기간 1년은 채권자가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기산되는데, 이는 단순히 채무자가 재산 처분 행위를 한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구체적인 사해행위의 존재와 채무자에게 사해의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 것을 요합니다. 본 사안에서는 원고 A가 피고 B와의 다른 소송 진행 과정에서 주식 매매대금 상계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6다272311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가 있다면, 해당 행위가 채무자의 재정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재산 처분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채권자취소권의 1년 제척기간이 시작되지 않으며, 구체적인 사해행위의 존재와 채무자의 사해 의사를 알았을 때 비로소 제척기간이 시작됩니다. 회사의 채무초과 상태를 판단할 때는 재무제표상의 수치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실제로 재산적 가치가 있어 채권의 공동 담보가 될 수 있는 자산이 얼마인지 실질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채무초과 상태의 회사가 실질적 가치가 없는 자산을 매수하며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거나, 특정 채권자에게 유리하게 기존 채무를 상계하는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수익자(재산을 받은 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가 자신이 선의였음을 주장하려면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이를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채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당사자 간의 거래는 선의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