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 병역/군법
피고인 A는 남자친구에게 다른 남성 B과 가진 성관계 사실을 발각당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B에게 준강간을 당했다며 경찰에 허위 진정서를 제출한 혐의(무고)로 기소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사건 당시 만취 상태였고 특정 약물 복용으로 인해 기억력 장애를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진정 내용이 허위라는 점과 그 허위성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3년 5월 29일 처음 만난 B과 술자리 후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이 사실이 피고인 A의 남자친구에게 발각되자, A는 이를 모면하기 위해 2023년 6월 5일 경찰에 B이 자신을 준강간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고 관련 진술을 했습니다. 그러나 B은 A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고, 이에 A는 B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무고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 A가 B에게 강간당했다는 진정 내용이 허위라는 점과, 피고인 A가 그 진정 내용이 허위임을 알고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여야 할 뿐만 아니라, 신고자가 그 허위성을 확정적 또는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신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피고인은 무죄로 선고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건 당일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고, 공황장애 치료제를 복용하여 기억력 장애(블랙아웃)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경찰 조사와 법정에서 기억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여 일관되게 진술했으며, 모텔에 들어가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은 기억나지 않고 성관계 순간만 단편적으로 기억난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진정 내용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신고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무고죄를 증명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본 사건은 무고죄의 성립 요건, 특히 허위 사실 신고에 대한 '고의' 유무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할 때 성립합니다 (형법 제156조). 여기서 '허위사실의 신고'란 신고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확정적이거나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고소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일지라도, 신고자가 그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무고죄의 고의는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0. 11. 24. 선고 99도822 판결).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진정 내용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신고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근거가 됩니다. 또한, 형법 제58조 제2항 후단에 따라 무죄 판결의 취지는 공시되지 않았습니다.
만취 상태에서의 성관계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큽니다. 의사 표현이 불분명한 상태에서는 합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한쪽은 합의라고 생각해도 다른 쪽은 강압적이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술과 약물을 함께 복용할 경우 기억력 장애(블랙아웃)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사건 경위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법적 다툼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성관계 시에는 항상 상대방의 명확하고 자발적인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며, 만취 상태에서는 모든 성적 행위를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자신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것은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다만, 본 사건처럼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는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