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원고들이 피고 병원 의사의 의료 과실로 신생아 A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의 감시관찰 소홀 및 부적절한 조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신생아 A는 2016년 10월 25일 피고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났으나, 출생 직후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진단을 받았고 2019년 6월 5일 사망했습니다. 원고들은 분만 중 감시 소홀과 제왕절개 지연 등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의료 기록과 전문가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피고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고 C는 2016년 2월 27일 피고 병원에서 임신을 진단받고 정기 검진을 받아왔습니다. 2016년 10월 22일 새벽부터 진통이 시작되어 피고 병원에 내원했으며, 옥시토신을 투여받으며 유도분만을 시도하다가 2016년 10월 25일 13:51경 제왕절개술을 통해 망 A를 분만했습니다. 망 A는 출생 당시 3.35㎏으로 울음이 없고 호흡수가 불안정하여 H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신생아 허혈성 저산소성 뇌병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재활치료를 받던 중 2019년 6월 5일, 저산소성 뇌병증 및 bedridden state를 원인으로 한 폐렴으로 사망했습니다. 망 A의 부모인 원고 B와 C, 그리고 동생인 원고 D는 피고 의사가 분만 중 감시관찰을 소홀히 하고, 분만 2기에서 적절한 조치(옥시토신 투약 중단, 제왕절개 신속 시행)를 취하지 않아 망 A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원고 B에게 292,880,667원, 원고 C에게 267,091,648원, 원고 D에게 5,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의사가 분만 과정에서 태아 심박동수와 자궁수축 정도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아 의료상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분만 2기 중 아두골반불균형, 태아 머리 주형 관찰, 태아 심박동수 감소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옥시토신 투약을 중단하지 않고 제왕절개술을 신속히 시행하지 않은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사가 분만 과정에서 감시관찰을 소홀히 하거나 분만 2기 중 적절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의료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생아 사망에 대한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사의 주의의무와 의료 행위 선택의 재량이라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1.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진찰, 치료 등 의료 행위를 할 때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 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통용되는 '의학상식'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진료 환경, 조건, 의료 행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4434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의사가 2016년 10월 22일 09:31경부터 전자태아감시장치를 부착하여 비자극수축검사를 실시하고 분만 직전까지 약 30분 간격으로 태아 심박동수를 기록했으며, 지속적으로 내진을 통해 자궁경부 개대 정도와 아두하강도를 측정했음을 인정했습니다. 비록 비자극수축검사 기록지 일부가 누락되었으나, 기계가 부착된 경우 지속적으로 심박동수가 측정되는 점, 간호기록지에 다른 중요한 기록이 남아있는 점, 그리고 해당 시간대에 특별한 위험 상황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가 감시관찰을 소홀히 했다는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의료 행위 선택의 재량: 의사가 질병 진단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상, 어떤 치료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의사 스스로 환자의 상황과 자신의 전문적 지식 및 경험에 따라 결정해야 할 사항입니다. 여러 합리적인 조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해당 의사의 재량 범위 내에 속하며, 반드시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모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4434 판결 참조). 특히 제왕절개술 시행 여부는 의학상 시인될 수 없을 정도로 불합리하지 않은 한 담당 의사의 재량에 속합니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035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초산모의 분만 2기 진행 중 아두하강 지연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태아 심박동수 불안정 후 회복된 점, 일반적인 분만 과정에서도 태아 머리 주형이 나타날 수 있는 점, 그리고 분만 2기 진행 시간에 대한 학회 의견 및 K병원 감정의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 의사가 13:45경 제왕절개술을 시행한 것이 재량에서 벗어난 진료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태아 심박동수의 불규칙한 변화가 일시적인 무통주사 투여에 따른 변화일 수 있으며 이후 회복되기도 했으므로, 피고가 즉시 옥시토신 투여를 중단하지 않은 행위 또한 의사의 재량을 벗어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의료 소송에서는 의료 행위 당시의 의학적 기준과 통상의 의사가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환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의사의 과실로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분만 과정의 감시 기록(비자극수축검사 기록지, 간호기록지 등)은 의료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기록이 일부 누락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과실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다른 기록이나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제왕절개 시기 결정은 의사의 재량에 속하는 부분이 크며 의학적으로 불합리하지 않은 한 과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분만 지연과 태아의 상태 변화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태아 심박동수 변화나 태아 머리 주형 등은 일반적인 분만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며 이러한 소견만으로 즉각적인 의료 과실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체적인 분만 진행 상황과 다른 의료적 지표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옥시토신 투약 중단 여부 또한 태아 심박동수의 불규칙한 변화가 일시적인 것인지, 지속적으로 위험한 상태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당시의 의료 기록을 최대한 확보하고 전문가의 객관적인 감정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