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회사 대표이사 직무정지 신청 기각 판결

주식회사 E의 대표이사 A가 횡령 혐의로 구속되자, 남은 이사 B가 대표이사 직무대행자로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여 새로운 이사 C, D을 선임하고 B 자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이에 A는 이 임시주주총회 결의가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며 B, C, D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새로운 직무대행자를 선임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법원은 A가 주장하는 이전 정기주주총회 결의가 중대한 하자로 인해 부존재하며, 임시주주총회의 소집 및 의결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A의 횡령 혐의로 인한 구속과 다수의 주주가 현재 경영진을 지지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채무자들의 직무를 정지해야 할 보전의 필요성도 없다고 보아 A의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A (채권자): 주식회사 E의 대표이사였으나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되어 공판이 진행 중입니다. 현 경영진의 직무집행 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을 요청했습니다.
• B, C, D (채무자들): B는 주식회사 E의 이사로, A 구속 후 대표이사 직무대행자로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습니다. C와 D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었고, B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었습니다. 이들은 A의 신청에 반대했습니다.
• 주식회사 E: 원주민들의 생활대책용지 사업을 위해 설립된 회사 중 하나로, J, K, L 빌딩을 신축·분양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F: A가 B, C, D의 직무집행이 정지될 경우, 대표이사 겸 이사 직무대행자로 선임해달라고 요청한 인물입니다.

분쟁 상황

주식회사 E는 원주민들의 생활대책용지에 상업용 빌딩을 신축·분양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총 83명의 주주가 지분을 현물출자했습니다. 채권자 A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였으나 2016년 3월 31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A가 구속되자, 유일하게 남은 이사인 채무자 B는 대표이사 직무대행자로서 2016년 4월 1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했습니다. 2016년 4월 12일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채무자 C와 D이 새로운 이사로 선임되었고, 같은 날 이사회에서 채무자 B가 대표이사로 선임되었습니다. 이에 A는 이 임시주주총회 결의가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며, B, C, D의 대표이사 및 이사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F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이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1. 채권자 A가 주장하는 2016. 3. 26.자 정기주주총회 결의의 유효성 여부 및 이로 인해 이 사건 임시주주총회 소집권한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
2. 이 사건 임시주주총회 소집 시 일부 주주에게 소집통지를 누락하여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
3. 이 사건 임시주주총회 결의가 법률 및 정관에 따른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였는지 여부
4. 채무자 B, C, D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해야 할 보전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채권자 A의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의 이유로 채권자 A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1. 2016. 3. 26.자 정기주주총회 결의의 부존재: A가 주장하는 2016. 3. 26.자 정기주주총회는 소집 절차상 하자가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제소 기간 내 취소 소송이 없어 이 사유만으로는 하자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총회 의사록을 위한 '공증용'으로 보이는 위임장이 결의 안건에 대한 위임장으로 보기 어렵고, 소집 통지 안건 외의 내용이 의사록에 기재되는 등 결의 성립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아 이 총회 결의는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A가 주장하는 새로운 이사들이 선임되지 않았으므로, A 구속 후 유일하게 남은 이사인 B가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 직무대행자로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한 것은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2. 소집통지 누락 주장의 불인정: A가 일부 주주에게 소집 통지가 누락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주식 양수도 계약서 등 객관적 자료가 부족했고, 무엇보다 주주명부에 명의개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회사로서는 기존 주주명부상 주주에게 소집 통지를 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법 제337조 제1항에 따라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주식양수인은 회사에 주주권을 대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3. 의결정족수 충족: 이 사건 임시주주총회 의사록과 첨부된 '주주총회 위임용' 위임장 및 인감증명서를 검토한 결과, 총 주주 83명 중 57명(발행주식 총수의 약 70%)이 출석하여 법률 및 정관이 정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4. 보전의 필요성 부족: 채무자 B, C, D는 다수 주주(약 70.37%)의 지지에 의해 선임되었고, 이들은 다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더라도 현재의 경영진을 재선임할 것이라는 확인서를 제출했습니다. 반면 A는 횡령 혐의로 구속되어 공판이 진행 중이며, 많은 주주가 A와 A가 추천한 F의 이사 선임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본안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채무자들을 회사 경영에서 배제해야 할 만큼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 상법 제376조 제1항 (주주총회 결의취소의 소)​: 주주총회 결의에 소집 절차 또는 결의 방법에 하자가 있을 경우, 결의일로부터 2개월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그 결의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취소 사유가 있더라도 결의는 유효하게 됩니다. 그러나 본 사례에서는 소집 절차의 하자가 단순히 취소 사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결의 성립 과정 자체가 중대한 하자로 인해 법률상 결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결의 부존재' 상황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결의 부존재는 취소의 소와 달리 제소 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 상법 제368조 제2항 (의결권의 대리행사)​: 주주는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대리인은 반드시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면(위임장)을 총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위임장에는 단순히 공증용이라고만 기재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안건에 대한 결의권 행사를 위임하는지 명확하게 명시되어야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주주총회 결의의 성립을 명확히 하고 대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 상법 제337조 제1항 (주식의 이전과 명의개서)​: 주식의 양수인은 취득자의 성명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기재해야만 회사에 대해 주주로서의 권리(예: 주주총회 소집 통지, 의결권 행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즉, 명의개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주식 양수인에게는 회사가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하지 않아도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 가처분에서의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 가처분은 다툼 있는 권리관계에 대해 본안 소송의 확정 전에 급박한 손해를 피하거나 강제를 막기 위한 임시적 조치입니다. 이를 인용하기 위해서는 신청인이 주장하는 권리가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피보전권리)이 소명되어야 하고, 가처분을 하지 않으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보전의 필요성)가 소명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 두 가지 요건을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 본안 소송의 승패 예상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신청인의 횡령 혐의 구속, 다수 주주의 현 경영진 지지 등을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 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 절차의 중요성: 주주총회 소집 시에는 모든 주주에게 법정 기간 내에 소집 통지를 정확한 안건과 함께 해야 합니다. 소집 통지 절차나 안건 내용에 하자가 있더라도, 법정 기간 내에 소집취소 소송이 제기되지 않으면 결의가 유효할 수 있지만, 결의 성립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결의 부존재'로 판단될 수 있으니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 의결권 위임 시 유의사항: 대리인으로 하여금 주주총회 의결권을 행사하게 할 경우, 위임장은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고, 단순히 '공증용'이 아닌 구체적으로 어떤 안건에 대한 결의권 행사를 위임하는지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위임장과 인감증명서의 용도가 명확해야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주식 양수도 시 명의개서의 필요성: 주식을 양수했다면 회사에 주주로서의 권리(예: 주주총회 소집 통지 수령, 의결권 행사 등)를 주장하기 위해 반드시 주주명부상의 명의개서를 요청해야 합니다.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주주는 회사에 대해 주주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 가처분 신청의 요건: 직무집행정지 같은 가처분 신청은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피보전권리)과 긴급하게 처분을 하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위험(보전의 필요성)이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회사 경영권과 관련된 경우, 다수 주주의 의사나 현 경영진의 부당성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 대표이사 유고 시 정관 확인: 대표이사가 유고(사망, 구속 등)할 경우, 회사 정관에 직무대행자 선임에 대한 규정이 있다면 그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와 소집권한 여부 등은 정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관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