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중 태아 뇌손상 발생,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판결

미성년자인 원고 A는 출산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중증 발달장애를 겪게 되자, 부모가 법정대리인으로서 의료기관과 담당 의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과 일부 의사에게 의료과실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일시금과 정기금 형태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미성년 자녀): 출산 시 의료사고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중증 장애를 겪게 된 당사자입니다.
• 원고 B, C (미성년 A의 부모): 원고 A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친권자입니다.
• 피고 D (병원): 원고 A의 출산을 담당한 의료기관입니다.
• 피고 F (의사): 피고 D 병원의 담당 의사 중 한 명으로, 원고 A의 출산 과정에서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 피고 E (의사): 피고 D 병원의 담당 의사 중 한 명이었으나,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어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분쟁 상황

2016년 7월 21일 원고 A는 피고 D 병원에서 태어났습니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에게 경막 외 마취로 인한 운동신경차단 증상이 오전 3시 30분경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병원의 간호사는 주치의 피고 E에게 오전 4시 35분경이 되어서야 이를 통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제왕절개술 등 필요한 조치 준비가 지연되었습니다. 또한, 원고 A는 출생 직후 신생아 경련으로 의심되는 눈 깜빡거림 등의 증상을 보였으나, 의료진은 즉각적인 검사와 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 관찰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 A는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러 전반적인 영역의 발달 저하 및 사지 강직을 보이는 중증 장애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A의 부모는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A가 장애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피고 병원 및 관련 의사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과실의 인정 여부: 출산 과정에서 산모에게 운동신경차단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주치의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고 제왕절개술 등 적절한 조치를 지연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출생 직후 신생아 A에게 경련 의심 증상이 발생했음에도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 관찰만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2.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 위반: 의료법에 따라 의료진에게 부과된 진료기록 작성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 진료 경과가 불분명해진 점이 의료과실 판단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3. 손해배상액 산정의 적절성: 원고 A의 중증 장애로 인한 기대여명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이에 따라 일실수입, 기왕 및 향후 치료비, 개호비, 보조구비, 위자료 등 재산상 손해액을 어떤 방식으로(일시금 또는 정기금)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4. 피고들의 책임 비율: 의료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피고들의 과실 정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1. 제1심판결을 변경하여 피고 D(병원)와 피고 F(의사)는 공동으로 원고에게 총 687,611,532원(재산상 손해 637,611,532원 + 위자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 위자료 50,000,000원에 대해서는 2016년 7월 21일부터 2021년 7월 21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합니다.
   • 나머지 637,611,532원에 대해서는 2016년 7월 21일부터 2024년 8월 29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합니다.
2. 추가로, 원고의 생존을 조건으로 2040년 1월 1일부터 매월 말일에 월 3,805,935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과 이에 대한 각 지급기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3. 원고의 피고 E(의사)에 대한 청구와 피고 D, F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4. 소송 총비용 중 원고와 피고 E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D, F 사이에 발생한 부분의 3/4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 D, F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5. 피고들의 책임 비율은 30%로 인정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의료진이 산모의 운동신경차단 증상 발생 시 주치의에게 즉시 알리고 제왕절개술 등 필요한 조치를 미리 준비했어야 했음에도 이를 지연하고, 신생아 경련 의심 증상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검사 및 치료가 미흡했다고 판단하여 의료과실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진료기록부의 부실 기재가 의료진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다만, 피고 E에 대한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으며, 피고 D, F의 책임 비율은 30%로 제한되었습니다. 원고의 기대여명 예측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손해배상금은 2039년 12월 31일까지는 일시금으로, 그 이후부터는 원고의 생존을 조건으로 한 정기금으로 지급하도록 하여 피해자의 장기적인 보호를 도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민사소송법 제420조: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되, 일부 내용을 고쳐 쓰거나 추가 또는 삭제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2. 의료법 제21조 (기록열람 등): 환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진료기록 등을 열람하고 사본을 발급받을 권리를 부여하여,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 측이 진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3. 의료법 제22조 (진료기록부 등) 및 제23조 (진료기록부 등의 기재): 의료인에게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하고 보존할 의무를 부과하며,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 등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그 소견을 상세히 기록하도록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진이 진료기록을 성실히 작성하지 않아 진료 경과가 불분명해진 데 따른 불이익을 의료인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4. 민법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의료기관 및 의료인의 의료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가해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일반 원칙이 적용됩니다. 이는 의료사고 손해배상의 가장 기본적인 법적 근거입니다.
5.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손해배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이율(연 12%)을 규정하며, 특히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시점(1심 또는 2심 판결 선고일)을 기준으로 이율이 변경되어 적용되었습니다.
6. 손해배상액 산정에 관한 대법원 판례: 중증 장애로 인한 치료비나 개호비 등 장래에 계속적으로 지출되어야 할 손해의 경우, 피해자의 여명 예측이 불확실하다면, 확실히 생존할 것으로 인정되는 기간 동안의 손해는 일시금으로, 그 이후의 기간은 피해자의 생존을 조건으로 정기금의 지급을 명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법리(대법원 2000다11317 판결 등)가 적용되어 원고의 기대여명 불확실성을 고려한 손해배상 방식이 결정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의료기록의 중요성: 의료법에 따라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를 상세히 진료기록부에 작성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진료기록이 불충분할 경우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부족해지거나, 진료 경과가 불분명해진 데 따른 불이익을 의료인 측이 부담할 수 있습니다.
2. 응급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처: 출산 과정이나 신생아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은 지체 없이 주치의에게 보고하고 필요한 응급 조치(예: 제왕절개술 준비, 신생아 경련에 대한 즉각적인 검사 및 치료)를 취해야 합니다. 이를 지연하거나 소홀히 할 경우 의료과실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중증 장애인의 손해배상: 중증 장애로 인해 기대여명 예측이 어려운 경우에는 피해자의 생존을 조건으로 한 정기금 지급 방식의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장기간 치료와 개호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입니다.
4. 의료과실 입증 자료 확보: 의료사고가 의심되는 경우, 환자 측은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발급을 요청하여 의료기록을 확보하고,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의료과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손해배상 책임 비율: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환자의 기왕증이나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 의료기관의 책임이 전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일부 책임(예: 30%)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의료사고 소송에서 흔히 발생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