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주식회사 A와 그 대표인 B는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를 수행하던 중 연구개발비 중 연구재료비 명목으로 받은 7,250만 원을 실제 연구재료 구매 없이 중개업체에 지급했습니다. 피고인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이를 연구개발비 부정 사용으로 판단하여 주식회사 A에 대해 4년 6개월의 참여제한, 7,250만 원의 제재부가금 부과, 7,250만 원의 연구비 환수 처분을, B에 대해 4년 6개월의 참여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처분의 절차적 하자(이유 제시 부족)와 실체적 하자(연구비 사용 용도 위반이 아니거나 재량권 일탈·남용)를 주장하며 처분 취소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와 그 대표인 B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인 ‘C계획’ 중 ‘E 기술개발’ 과제의 위탁연구기관 및 과제 책임자로 선정되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2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과제 진행이 어렵게 되자 연구재료비 명목으로 받은 7,250만 원 전액을 실제 연구재료 구매 없이 중개업체인 F과 H에 지급했습니다. 피고인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이 행위를 국가연구개발혁신법상 연구개발비의 사용 용도 위반으로 보아 주식회사 A와 B에게 참여제한, 제재부가금, 연구비 환수 등의 제재 처분을 내렸고 원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처분서에 구체적인 처분 사유가 명시되지 않아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들이 연구개발비를 연구용도 외로 사용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설령 처분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처분의 정도가 과도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와 B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처분서에 처분 사유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았다는 절차적 하자에 대한 주장은 사전 통지 과정과 특별점검 위원회 참석 등을 통해 원고들이 처분의 구체적인 사유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원고들이 연구재료비 명목으로 받은 연구개발비 7,250만 원을 실제 연구재료 공급 없이 중개업체인 F과 H에 지급한 행위는 연구개발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들이 과제 이관을 위해 지급했다고 주장하거나 부당하게 사용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처분에서는 고의나 과실을 요하지 않으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셋째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라는 공익적 필요성이 크며 원고들이 연구개발비 전액을 용도 외로 사용한 행위의 위법성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처분이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에서 정한 처분 기준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판례와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31조 제1항 제2호는 연구개발비의 사용 용도와 사용 기준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참여 제한 제재부가금 부과 연구비 환수 등 제재 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들의 행위는 이 조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둘째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이유 제시 의무)은 행정청이 처분할 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행정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국민이 행정 구제 절차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다만 판례는 처분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당사자가 처분의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절차적 하자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도 사전 통지 및 심의 과정 등을 통해 원고들이 처분 사유를 알고 있었으므로 이유 제시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셋째 재량권 일탈·남용 및 비례의 원칙은 행정청의 재량 행위가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리입니다. 행정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 판단할 때는 위반 행위의 내용 공익 달성 목적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 형량해야 합니다. 특히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제59조 및 별표에 따르면 연구비 사용 용도 위반 금액에 따른 참여 제한 기간 및 제재부가금 환수 기준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이 이러한 기준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고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공익상 필요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개발비는 사용 용도와 기준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으므로 명확히 이해하고 준수해야 합니다. 연구재료비는 실제 연구재료 구매에만 사용해야 하며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연구과정 중 예상치 못한 문제(인력 부족 등)로 인해 과제 수행 방식이나 연구비 집행 계획에 변경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주관 연구기관 및 전문기관과 사전에 협의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셋째 연구개발비를 외부 업체에 지급할 때는 해당 업체와의 실제 거래 내용과 연구 관련성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자료(계약서 세금계산서 연구 관련 보고서 등)를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넷째 행정 처분의 이유가 충분히 명시되지 않았다고 느껴지더라도 처분 통지 이전의 사전 안내 의견 제출 기회 특별 점검 등의 과정을 통해 처분의 구체적인 근거와 사유를 인지할 수 있었다면 절차적 하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섯째 연구비 부정 사용과 같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는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률의 부지나 오해는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섯째 제재 처분의 정도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으나 공익 보호의 필요성 위반 행위의 경중 법령상의 처분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므로 단순히 개인적인 불이익이나 경영상 어려움만을 이유로 처분이 취소되기는 어렵습니다.
